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일등 공신이자, 방통대군으로 불리며 현 정부의 실세 중 실세로 통했던 위세는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최 전 위원장의 말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최시중 /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검찰에 왔으니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최시중 전 위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인 금품수수 수사에 그칠지, 아니면 2007년 대선자금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로 불리는 최 전 위원장이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 대통령에게는 치명타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특히 최 전 위원장이 스스로 고백했듯이 파이시티 이 모 대표로부터 받은 돈을 대선 비용으로 썼다면, 대선과정에서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한 이 대통령은 참으로 처지가 난처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통합당은 당장 2007년 대선자금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해야 한다고 검찰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문성근 당대표 권한대행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성근 / 민주통합당 대표 권한대행
- "검찰 불명예 스스로 벗어 던질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돈이 들어온 과정 나간 과정, 대선자금 전체에 대해 낱낱이 수사하기를 권고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힘을 빼는 것은 최 전 위원장뿐이 아닙니다.
왕 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이름도 신문지상에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과 증거 인멸에 이어 이번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사건에서도 박영준이라는 이름 석 자가 또 등장합니다.
조선일보는 박영준 전 차관이 지난 2007년 당시 서울시 전 정무조정실장에게 파이시티 사업을 알아봐 달라고 전화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박영준 전 차관에게도 브로커 이씨를 통해 뭉칫돈을 줬다는 파이시티 이 전 대표의 진술에도 박 전 차관은 그동안 청탁과 무관하다고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사실 여부는 검찰이 밝힐 일이지만, 불미스러운 일만 터지면 박 전 차관의 이름이 등장하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역시 저축은행 로비와 여비서 계좌에서 발견된 뭉칫돈 때문에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비리로 기소됐거나 의혹이 제기된 측근과 친인척만 20명을 넘었습니다.
레임덕이기 때문에 묻혀 있던 측근과 친인척 비리가 잇달아 터져 나오는 것일까요?
아니면 측근과 친인척 비리가 터져 나와 레임덕이 심해진 것일까요?
그 선후 인과 관계는 알 수 없지만, 이 정도면 '완벽한 레임덕'이라는 말이 청와대 내에서 터져 나올 법합니다.
지는 권력의 반대쪽에서는 새로운 권력이 떠오르기 마련이겠죠.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미래권력은 힘이 더 세지는 듯합니다.
통상 대통령이 레임덕을 맞고 인기가 떨어지면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도 어려움을 겪는 게 일반적이지만, 박근혜 위원장의 위상은 그 통념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부터 이 대통령과는 경쟁자였고, 이명박 정부에서 친박계가 홀대받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일까요?
민주통합당은 끊임없이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박근혜 위원장의 동반 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박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먼저 어제 MBN 뉴스 M에 출연한 서용교 민주통합당 홍보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서영교 / 민주통합당 홍보위원장(4월24일)
-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확실하게 밝히고, 노무현 대통령이었으면 사퇴도 생각하셨을걸요. 박근혜 대표가 단호하게 꼬리 자르기 식으로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박근혜 대표와 책임을 안 질 수가 있습니까? 당대표는 자기와 관계된 여당이라면 같이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데 한 번도 박근혜 대표는 책임진 적이 없어요. 그것이 더 무서운 정치현실이라고 봅니다."
박 위원장은 오늘(25일) 라디오 연설에서 최시중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형태 문대성 당선인과 관련해 사과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 "어려운 민생을 해결하는일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하는데, 일부 당선자들의 과거 잘못들로 인해 심려를 끼쳐 드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 당에서 철저히 검증하지 못했던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박근혜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와 '완벽한' 선 긋기를 통해 '완벽한' 미래 권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박 위원장을 '완벽한' 미래권력으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에 우려 섞인 시각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새누리당의 경선 방식과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인명진 /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4월24일)
- "운동선수가 정해진 경기 룰에 의해서 해야지 운동선수마다 경기하는 방법을 바꾸면 어쩌느냐? 일반적으로 맞는 말인데 지금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대표에게는 안 맞는 말이에요. 왜냐하면, 박근혜 대표가 소위 어쨌든 누가 뭐라 하더라도 저만치 앞에 간 분 아닙니까? 국민이 볼 때도 김문수 지사 나왔고 정몽준 의원도 나온다고 하는데 국민이 볼 때는 어른 아이와 어른의 경주 아닙니까? 이미 박근혜 대표는 500m 갔어요. 그러니까 박근혜 대표의 넓은 아량과 넉넉한 마음이 필요한 것이에요."
대선을 8개월 앞둔 요즘 우리 정치는 격변의 시기를 보내는 듯합니다.
급격히 무너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권력, 그리고 그 권력을 향하는 박근혜 위원장, 여기에 맞서 새로운 권력을 만들고자 하는 야권의 대선후보들.
5년마다 반복되는 일이니 이제는 우리 국민도 내성이 생길 법한데, 언제나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건 왜일까요?
끄물끄물한 날씨만큼이나 개운치 않은 우리 정치의 단면이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 (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