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주통합당 분위기가 썩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1차 컷오프 5명이 정해져 본 경선이 시작되는 만큼 한껏 흥이 나야 하는데 당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바로 '박지원 구하기' 때문입니다.
민주통합당은 어제 의원 총회를 열어 박지원 원내대표의 체포 동의안이 본회의에 올라오면 필리버스터 등 모든 합법적 방법을 동원해 안건을 무효화하거나, 부결시키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어제 의총에서 있었던 박지원 원내대표의 말과 이해찬 대표의 말을 차례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 "매일 TV 라디오 인터넷 시시각각으로 이상득은 간 곳 없고 박지원만 보도된다. 석간과 조간도 하루도 빠짐없이 박지원이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저는 결백하기 때문에 주장을 했다. 의원님들이 저를 믿어주시리라 믿는다. 어떤 경우에도 그런(돈 받은) 사실이 없기 때문에 줄기차게 얘기를 했다.
▶ 인터뷰 : 이해찬 / 민주통합당 대표(7월30일)
- "제가 지금 당의 대표다, 이해찬이 당의 대표다. 민주화 운동 40년 해오고 이 나라 바로 잡겠다고 살아온 사람이 검찰 공작에 굴복해서 우리 원내대표 두눈뜨고 잡아가는 거 보겠나? 저의 명예를 걸고 민주당의 명운을 걸고 국회의 존엄성을 위해 반드시 막아내겠다. 우리가 이걸 못 막으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활 아무런 힘을 못 갖는 것이다. 자당의 원내대표 하나도 보호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의 재산과 생명 보호하겠다고 말할 수 있나?"
필리버스터는 안건에 반대하는 정당이나 의원들이 발언권을 계속 얻어서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막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 필리버스터라고 하는 것은 지난 18대 국회 마지막에 국회 선진화법을 만들면서 민주당이 강하게 주장한 제도입니다.
거대 여당의 일방적 안건 처리를 막고자 도입했던 필리버스터를 처음 적용하는 게 하필이면 '박지원 구하기'가 된다면 여론은 어떨까요?
이러려고 필리버스터를 도입하자고 했느냐는 비판이 나올 법합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경선 후보
- "필리버스터는 또 다른 방탄 국회를 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9대 국회 들어와서 여야 모두 특권을 내려 놓기로 했고 그것이 쇄신 방향이라고 말해 오지 않았습니까? 검찰에 출두해서 밝히는 게 국민 눈높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표결이 진행된다면, 민주통합당으로서는 딱히 방법이 없습니다.
새누리당 의원 전원과 무소속 의원이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다면 민주통합당으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새누리당은 이미 지역 순회 경선까지 미루면 다음 달 2일 예정된 본회의 표결에 의원들을 모두 참석시킨다는 방침까지 세워놓고 있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말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7월31일)
- "민주당은 오천만 국민을 위한 민의의 전당을 오직 한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국회의 모든 기능을 동원하려고 하고 있다. 이번에는 조금 옛날 이야기지만 이승만 박사 말씀을 상기시켜 드리고자 한다.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 이번에 국회가 제대로 되도록 우리 한 번 뭉쳐보도록 노력하자."
민주통합당은 양식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새누리당 원내 지도보의 의지만 보면 꼭 그렇게 될 것 같지도 않아보입니다.
사실 민주통합당으로서는 더 큰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여론입니다.
어제 MBN 긴급 여론조사를 보면 박지원 원내대표가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는 대답이 73.2%로, 응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 14.5%보다 무려 5배나 많았습니다.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서도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는 대답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민주통합당이 이 여론을 무시하고 '박지원 구하기'에 계속 올인할 수 있을까요?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어제 의원 총회에서도 김동철·황주홍 의원은 국민 여론에 맞서지 말고 민주당과 박 원내대표를 분리하자고 말했습니다.
또 만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 동의안 표결이 이뤄지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까지 했습니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똘똘 뭉쳐도 체포동의안 가결을 막아내기 어려운데, 오히려 당내에서 반란표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계속 이대로 간다면 대선에도 악재로 작용할 게 불 보듯 뻔합니다.
어제 민주통합당은 1차 컷오프 경선을 끝내고, 본 경선에 진출할 5명의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어느 하나 '박지원 구하기'에 대해 분명한 견해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시 박 원내대표로 상징되는 호남표를 의식해서일까요?
그러나 여론이 계속 이렇게 악화한다면, 호남표보다 더 많은 표를 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유권자들은 컷오프를 통과한 5명 가운데 누가 더 본선 경쟁력이 있는지보다는, 박지원 구하기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졌는지를 더 궁금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