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경선이 국민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듯합니다.
새누리당 경선은 역시나 박근혜 후보의 독주로 더 재미가 없어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비박 후보들이 박근혜 후보에게 쓴소리라도 하면 청중들 사이에서는 야유와 고함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서울지역 합동연설회 당시 김문수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문수 / 새누리당 경선 후보(8월6일)
- "전 입당한 지 19년 됐습니다. 박근혜 후보보다 4년 빨리 입당했습니다. 전 한 번도 탈당한 적이 없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도중에 자기 맘대로 안된다고 탈당했다가 왔습니다. (야유) 과연 당을 망친 사람이 누구입니까?"
비박 후보 측은 서울에서도 이 정도인데, 박 후보 고향인 대구나 경북지역 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를 공격하면 뭐가 날아올지 모르겠다며 걱정하는 말도 들립니다.
박 후보 연설이 끝나면 지지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객석이 썰렁해지는 게 다반사입니다.
이건 경선이 아니라 추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어제 뉴스 M에 출연했던 김문수 후보 측 김용태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용태 / 새누리당 의원(김문수 후보 측)
- "추대 맞습니다. 9대 1도 안 됩니다. 물론 제가 당원들을 폄하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의 분위기는 9대 1 수준을 넘습니다. 그야말로 추대 분위기입니다. 여기까지 몰고 온 사태, 이렇게 일방적으로 추대의 분위기로 몰려가는 사태가 그렇게 우려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것들을 계속 강행한 당 지도부 그다음에 박근혜 후보 측에 사실 저는 매우 안타깝고 아쉬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독주로 흥미가 반감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견됐던 일입니다.
현행 경선 룰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이재오 정몽준 의원이 불참했고, 경선은 해보나 마나 한 게임으로 전락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공천헌금 의혹까지 터졌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보니 정책 대결은 사라졌고, '박근혜 때리기'만 요란합니다.
비박 후보들과 박근혜 후보의 신경전이 너무 거칠어져, 경선이 끝나고 나서 과연 한배를 타고 대선에 같이 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비박 후보들의 공격 때문에 멘붕을 겪고 있다는 박근혜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8월5일)
- "믿었던 사람이 뭔가 진의는 않았지만 연루됐다고 볼 수도 있다 할 때 멘붕입니다. 사실확인도 안 됐는데 이걸 갖고 저를 공격하면 멘붕입니다. 또 제가 자식도 없는데 자식 있다는 것도 멘붕이고, 또 이런 상태서 멍 때리고 있음 끝이 안납니다. 원칙과 순리대로 가야 고치고 극복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그 미소만으로 이번 경선과정에서받은 깊은 마음의 상처까지 숨기기는 어려울 듯싶습니다.
이 정도면 경선을 통한 '컨벤션 효과'는 고사하고, 본선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새누리당과 달리 경선 흥행을 기대했던 민주통합당도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나마 컷오프와 결선투표제에 대한 기대로 2, 3위를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유지될 뿐입니다.
오죽하면 이해찬 대표가 경선 흥행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실무진에게 지시했을까요?
어제 뉴스 M에 출연했던 박용진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용진 / 민주통합당 대변인
- "지금 이해찬 대표가 실무진에게 특별히 지시하신 내용은 붐업이라기보다는 이미 지금 세팅되어있는 대부분의 경선이나 전국 순회 방식이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때에 민주당 경선의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부하다는 인식에서 출발을 한 것이고요. 그래서 똑같은 전국순회 연설회와 방송 토론. 이렇게 가지 말고 똑같은 내용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집중적으로 색다른 토론회, 연설회가 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준비하라는 것이었고요. 경선 방식도 2002년과는 많이 다르게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합동 연설회 대신 '나는 누구인가' 등을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을, 또 찬조자 연설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비문 후보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중 연설이 약한 것으로 드러나 문재인 후보를 위해 만든 것 아니냐는 겁니다.
프리젠테이션은 후보자보다는 기획사의 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돈을 많이 쓴 후보가 유리하다는 겁니다.
찬조 연설도 논란입니다.
손학규 캠프 측은 방송인 김제동 씨가 문재인 후보 찬조연설을 하면 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반대 견해를 밝혔습니다.
찬조 연설자 역량에 따라 후보 지지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주장들은 일리가 있는 걸까요?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캠프는 당 선관위가 어느 쪽으로든 결정하면 무조건 따르겠다며 다소 여유로운 반응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캠프 발대식을 하면 한 얘기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8월6일)
- "정말 기쁩니다. 시작이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함께했으면 하는 욕심부리던 분들 다 함께 있습니다. 정말 든든합니다. 사람은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느냐가 따라 평가를 받는데 특히 우리 대선후보는 어떤 분들과 함께 어떻게 해나가느냐, 어떤 정책이나 정치적 주장에 따라 변별성 여부가 가려집니다. 그런 점에서 선대캠프는 민주당의 최상의 팀으로 꾸려졌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오늘부터 대선후보경선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한 만큼 흥행이 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200만 명 이상 선거인단 모집을 목표로 대대적 홍보도 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사실 민주통합당이 내심 목표로 잡은 선거인단 수는 500만 명입니다.
왜 선거인단 목표 수를 확 낮췄을까요?
안철수 원장 때문인 듯싶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야권 대선 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야권 지자들이 민주통합당 경선에 관심을 덜 두게 됐다는 겁니다.
이런 낮은 관심이라면 선거인단 수가 200만 명은커녕 150만 명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와 뜨거운 올림픽 열기가 가시면, 정치권의 최대 잔치인 대선 경선의 열기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