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국제사회적 영향도 있지만, 독립군을 비롯한 우리 민족의 끈질긴 항일투쟁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긴다면, 우리 민족은 스스로 대단한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충분한 자격이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일본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해도 될 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독도 방문을 놓고 국내 정치권은 서로 다른 평가를 하는 걸까요?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광복절 경축사에서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명박 대통령
- "위안부 문제는 양국 차원을 넘어 전시 여성인권문제로,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합니다."
일본 정부가 더 늦기 전에 위안부 문제를 매듭지으라는 압박입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어제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정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 말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명박 대통령
- "일본이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처지를 잘 이해를 못해요. 이 사람들이. 깨우치게 하려고 해요 내가. 일본에 대해서 지금 깨우치게 하려고 해요. 내가 모든 나라에 국빈 방문을 했지만 내가 일본 국빈방문을 안 가고 있습니다. 셔틀외교 등 매번 가지만은. 국빈 방문하면 국회 가서 연설할 때 내가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게 하면 내가 간다고 이렇게 해 놓은 거예요. (일왕이) 한국에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 하다가 돌아가신 분들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러면 좋겠다 이거예요. 와 가지고 또 한 몇 달 단어를 뭘 쓸까? 통석의 염 뭐가 어쩌고 이런 단어 찾아 와 가지고 그 단어 쓰려면 올 필요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연이은 대일 강경발언은 즉흥적일까요?
아니면 오래전부터 준비된 발언일까요?
이 대통령은 3년 전부터 독도 방문을 계획했고, 일본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명박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일본 과거사나 독도 문제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독도 관련 발언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고 노무현 전 대통령(2006년 4월25일)
- "지금 일본이 독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의한 점령지의 권리, 나아가서는 과거 식민지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의 완전한 해방과 독립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과거 일본이 저지른 침략 전쟁과 학살, 40년간에 걸친 수탈과 고문, 투옥, 강제 징용, 심지어 위안부까지 동원했던 그 범죄의 역사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결코 이것을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국민에게 독도는 완전한 주권 회복의 상징입니다."
민주통합당은 두 전·현직 대통령의 대일 강경발언이 같은 듯 보이지만,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집권당이었던 민주통합당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을 극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이해찬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해찬 / 민주통합당 대표
- "느닷없이 독도를 방문하여 한일관계를 이렇게까지 악화시킨 대통령이 없습니다. 우리는 일본과도 ‘불가근불가원’이라고 함께 할 수밖에 없으면서 늘 대립하는 관계인데 이미 우리가 스스로 우리 영토로 확보하고 있는 독도를 강조해서 방문함으로써 자칫하면 국제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입니다."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하는 국면 전환용이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듯합니다.
일본 역시 두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반응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원래 그런 말을 할 줄 알았기 때문에 그리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는 반응입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친일적이라고 생각했는데'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의미심장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강경 발언이 어떤 의도에서 나온 것이든, 이번 일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지지도는 조금 오른 게 사실입니다.
MBN 여론조사에서도 10%대로 떨어졌던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수행지지도는 27%까지 올랐습니다.
혹시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그 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 이 일로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오르는 게 싫었던 것은 아닐까요?
사람이 미우면,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 싫은 게 인지상정이니까요.
이것은 새누리당도 마찬가지일 듯싶습니다.
새누리당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비판하는 민주통합당을 속 좁은 정당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홍일표 / 새누리당 대변인
-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영토 보존 헌법 수호 최고책임자로서 대한민국 영토주권 의지를 단호히 천명한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민주통합당이 외교에 관한 국익 앞에 초당적인 협력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입니다."
만일 참여정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어도 새누리당은 이런 평가를 할까요?
아마도 민주통합당은 지금의 새누리당처럼, 그리고 새누리당은 지금의 민주통합당처럼 논평이 바뀌지 않았을까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한 것처럼 말입니다.
67년 전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생각도 방식도 달랐지만, 그들에게는 일제 식민지로부터 해방이라는 같은 목표가 있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67년 전 그때처럼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 이념과 방식은 다르지만, 같이 달려가자고 하면 지나친 말의 비약일까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더 큰 목표를 위해 정말 초당적으로 힘을 합치는 때가 오기는 올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