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조 원의 예산을 늘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마지막 계수조정 소위는 여의도의 한 호텔 객실에서 이뤄졌습니다.
속기사도 없이, 동료 의원들이 전한 수천 건의 쪽지 민원을 놓고 여야가 밀실에서 주고받기를 한 것입니다.
이상민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1일 새벽 여야 예결위 간사가 마지막으로 예산안 조정을 했던 여의도의 한 호텔입니다.
이 호텔 객실에서 새누리당 김학용, 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이 늘린 예산은 무려 4조 원, 이들 옆에는 동료 의원들에게 받은 4,500여 건의 민원 쪽지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예산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 등 여야 실세 의원들에게 골고루 배정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는 겁니다.
국회법은 모든 소위에 대해 공개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설사 비공개라 하더라도 반드시 회의록을 남기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예결위는 정부의 예산안을 깎는 감액 심사는 6차례 기록을 남겼지만, 예산을 늘리는 증액 심사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국회법에도 없는 비공식 회의로 국민의 세금인 예산을 편법으로 나눠 먹기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번 일은 누가 봐도 잘못한 것"이라며 "투명성을 높이는 장치를 갖추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의원 연금 개혁과 세비 삭감 등 약속했던 국회 쇄신이 모두 공염불에 그친 상황에서 얼마나 진정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의문입니다.
MBN뉴스 이상민입니다. [ mini4173@mbn.co.kr ]
영상취재 : 이권열 기자
영상편집 : 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