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전해드린대로 청와대가 정부조직개편 원안 처리를 정치권에 호소했는데요.
청와대 취재기자와 뒷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 질문1 】
오늘 조직개편 호소가 좀 이례적이었다구요?
【 기자 】
그렇습니다.
첫째는 오늘은 연휴가 시작된 날입니다.
국회에서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지고 있지도 않고 있는데 갑자기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 일정을 잡아서 정부조직개편안 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또, 오전에 박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낭독했습니다.
청와대에서 하루 두 가지 메시지가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3.1절 연설 끝나고 불과 4시간 만에 새로운 내용을 발표한 셈이죠.
【 질문2 】
왜 그랬을까요?
【 기자 】
아마 오늘 3.1절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를 만난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에게 정부조직법의 조속한 처리를 부탁했습니다.
문 비대위원장은 박 대통령에게 새누리당 협상단에 재량권을 줘야 된다고 요청했습니다.
한마디로 양보하라는 요청이죠.
야당 입장이 강경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개정 필요성을 국민 여론과 정치권에 호소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 질문3 】
어떻게 보면 야당의 양보 요청에 청와대의 대답인데, 청와대 대변인이 호소를 했다는 것은 좀 격에 안맞는다구요?
【 기자 】
외국과 외교에도 격이 있지만, 정치권에도 격이 있습니다.
오늘 김행 대변인이 발표한 것은 말 그대로 정치권에 대한 호소문인데요.
보통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호소문을 발표할 때는 대통령이 직접 발표합니다.
이렇게 정치권에 대한 호소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하는 것이 가장 격이 맞고, 아니면 연관 업무를 하는 정무수석이 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특히 오늘 호소 내용이 어떻게 보면 야당 대표의 양보하라는 요청에 원안 그대로 가야 한다는 대통령의 대답인 셈인데, 그 말을 대변인이 했다는 것은 정무적 기준에서 격이 맞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야당 대표의 카운트 파트너가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소리가 되기 때문이죠.
인수위 때 윤창중 대변인이 야당이 인선 가지고 비판하자 본인이 직접 야당은 자기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발표했다가 큰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초반이라 청와대가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 방법과 격을 정하는데 미숙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