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차분히 대북 구상을 밝히자, 의원들은 뜨거운 호응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국전에 참전했던 현역 의원 4명의 이름을 부르자, 의회장은 환호성까지 들렸습니다.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대통령
-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을 바친 참전용사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해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에 함께하고 계신 참전용사 네 분, 존 코니어스 의원님, 찰스 랭글 의원님, 샘 존슨 의원님, 하워드 코블 의원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박 대통령은 어제 연설에서 비무장지대인 DMZ를 세계 평화공원으로 만들고 싶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 얘기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근혜 대통령
- "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유지해 나가면서 DMZ 내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평화와 신뢰가 자라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군사분계선으로 갈라져 있는 한국인들만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평화의 공간에서 함께 만나게 되길 희망합니다."
남북한 군사력의 70% 이상이 몰려 있는 DMZ가 평화공원이 된다는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사실 지금도 비무장지대는 6·25 전쟁 이후 사람의 인적이 끊겨 동식물에는 이미 평화의 공원이 돼 있습니다.
그곳에 남쪽 사람과 북쪽 사람이 들어가 뒤섞이기만 하면 됩니다.
박 대통령은 어제 연설에서 '평화'라는 단어는 21번 거론했습니다.
그만큼 평화는 우리에게 절실한 것이고, 박근혜 정부 역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에 한 수 코치를 두기도 했습니다.
버마, 지금의 미얀마 모델을 따르라는 겁니다.
▶ 인터뷰 : 오바마 미 대통령
- "평양은 버마와 같은 나라를 주시해야 할 것이다. 버마가 개혁하면서 더 많은 무역, 투자 그리고 외교관계를 구축했다. 거기에는 미국과 한국도 포함된다."
버마 역시 한때는 사회주의 국가였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를 신식민주의로 간주하고 적대시했습니다.
유럽연합 EU는 1990년부터 버마의 군 출신 외교관들을 추방하며 전면적인 제재를 가했습니다.
미국도 버마를 북한과 함께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비난했고, 군사정부가 바꾼 국호 미얀마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11년 정치범 석방과 언론 자유화로 변화의 길을 모색했습니다.
민주화 투쟁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는 미국뿐 아니라 얼마 전 우리나라를 찾기도 했습니다.
이제 미얀마는 달라졌습니다.
북한도 달라질 수 있을까요?
DMZ를 세계 평화공원으로 만들자는 박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일까요?
아직은 그런 기대를 하기에는 섣부른 것 같습니다.
북한은 박 대통령의 방미에 대해 '망신 행차'라며 비아냥거렸습니다.
노동신문은 박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했을 때 비행장에 영접 나온 일행 가운데 미국 정부 관리는 한 명도 없었다'며 '홀대도 이만저만한 홀대가 아니다'라고 비꼬았습니다.
'첫걸음부터 무시와 창피를 당하였으니 위신이 땅바닥에 떨어진 망신 행차를 무슨 말로 변명하겠느냐'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와 또 한미 동맹을 깎아내리는 것은 그만큼 불안하다는 뜻일까요?
오바마 대통령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오바마 미 대통령
- "만일 북한이 미국과 한국관계에 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또 북한이 어떤 국제적인 존경심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오늘 회의는 바로 다시 한번 북한이 실패했다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불안감은 개성공단 문제에서도 엿보입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중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고위 관계자가 최근 개성공단에서 일했던 북한 근로자들을 중국 측에서 고용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에 파견하는 북한 근로자를 늘려 달라는 겁니다.
하지만, 중국 측은 난색을 보였다고 합니다.
북한은 평양, 신의주 등지에서 모집한 근로자들을 일단 귀향시켰고, 농장 일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이 이들의 고용을 거절하니 숙련 근로자들을 전혀 활용할 곳이 없는 셈입니다.
중국은 북한과의 금융거래도 차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최대 외환거래 은행인 중국은행은 북한 조선무역은행에 계좌 폐쇄와 모든 금융거래 중단을 통보했습니다.
북한은 대외 거래의 7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조선무역은행은 북한의 대외 금융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북한은 점점 고립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살길은 이제 변화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