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
▶ 오늘이 4주기입니다. 벌써 4년이 지났는데 감회가 어떠신가요?
-사람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격한 감정들은 많이 없어졌고요. 차분하게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 얼마 전 한 조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역대 대통령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1위로 뽑혔어요. 돌아가신 지 한참 됐는데도 이렇게 모든 국민들한테 존경받는 대통령 1위로 꼽히는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우선 고마운 일이죠. 그런 거 아닐까요? 인간적이고 서민적인 풍모. 인간적이라고 하는 것은 때로는 실수도 하고 그러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것. 복합적으로 얽힌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 김병준 교수께서는 청와대 핵심적인 참모였으니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표현하는데 어떤 수식어가 가장 적당하다고 보시나요?
-본인이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보 노무현이 있었죠. 어떤 때는 정말 바보스러울 정도로 원칙주의자고요.
▶ 그런 모습을 가까이 지켜보셨을 텐데 개인적으로 있었던 이야길 해주세요. 뒷면의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격한 모습들과 부분들을 많이 기억하고 계실 텐데요. 사실 농담도 좋아하고 어떤 때는 하루 종일 웃고 지내셨죠. 농담을 좋아하시고요.
▶ 회의 때도 농담을 많이 하셨나요?
-농담을 많이 하시죠. ‘국민 여러분’ 이러면서요.
▶ 사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에 그렇게 웃을 일이 많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을 하죠. 농담도 많이 하고 인간적인 데가 있습니다. 제가 언제 어디서 했던 얘긴데 언제 한번 둘이 앉아 있다가 제가 코피가 났어요. 두 사람만 앉아서 30분 이야기 하고 있는데 갑자기 코피가 터져버렸어요. 얼굴에서 뜨끔한 기운만 느꼈는데 코피 나는 걸 옆에서 보셨죠. 아무도 옆에 없는 집무실 안에 있는 작은방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사람 부를 여유가 없으니까 혼자서 휴지를 가지고 와서 다 닦아주신 건 좋았는데 그 다음부터 한 달 정도를 뭘 시키질 못하시는 거예요.
▶ 한 달 동안 쉬셨어요?
-그런 건 아니지만 눈치를 자꾸 보시는 거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괜찮습니다. 체력도 다 회복 했습니다’ 그러고 말았는데.
▶ 그전에는 일을 많이 시키셨나요?
-일이 많죠. 사실 얼굴색이 벌써 다르거든요. 민망해하고 미안해하시고. 제가 오히려 더 민망한데요. 무슨 쇼하듯이 대통령 앞에서 코피가 터지니까….
▶ 인사권자 앞에서 쉽지 않은 일인데요.
-저절로 터져버려서 제가 민망한데 오히려 더 민망해하셔서 한 달 동안 편하게 지낸 적이 있습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억되는 것 중에 하나가 솔직하다고 할까요, 직선적이라고 할까요. 대통령 못 해 먹겠다, 발언도 있었고요.
-그런 것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시고요. 저희들이 회의를 가거나 행사를 가면 다 써드리는데도 그대로 안 읽으세요. 왜 안 읽으시냐면 거기에 참석한 청중들에게 살아있는 이야길 하고 싶으신 거예요. 미안하다는 생각도 가지고 계셨어요. 힘들게 참석했는데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써준 것을 그대로 읽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시고. 그러다 호흡이 맞으면 그 현장에서 아무 문제가 안 되는 얘긴데 툭 나가죠. 그런데 나중에 문장으로 옮겨놓고 보면 과한 표현들이 있었죠.
▶ 상당히 감정적인 분이셨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가슴이 뜨겁죠. 문제의식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고요.
▶ 참모 입장에선 그런 대통령을 옆에서 지켜보면 불안하실 것 같아요.
-한번은 좀 읽어주셨으면 했는데 안 읽으시더라고요. 왜 안 읽으셨나 보니까 본인이 설명을 하세요. 앞에 이야기 하신 분이 비슷한 얘기를 했기 때문에 참모들이 써준 것을 읽을 수가 없었다고 하신 적도 있고요.
▶ 그런 거침없는 발언들이 질타를 많이 받기도 했어요.
-한편으로 보면 인간적이죠. 그래서 국민들이 좋아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게 옳다는 건 아니고요. 어쩔 수 없는 캐릭터죠.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분의 아주 독특한 캐릭터니까요.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지지율이 상당히 낮았습니다. 그래서 청와대 참모진들도 굉장히 힘들어 했었고. 당시를 회고해보시면 이런 부분을 달리했으면 그렇게까지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부분이 혹시 있나요?
-아마 지금 해도 또 그럴 것 같아요. 그때 저희들은 최선을 다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설명이 부족했고 좀 더 언론하고 관계에서 부드러웠다면 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죠. 그러나 결국 우리가 그때 이루고자 하는 장기적인 과제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과제들을 가져가면 어차피 욕을 먹고 지지율이 떨어지게 되어 있었습니다.
▶ 그래서인지 끝나고 나서 참여정부의 실패론에 대해서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결국 정권 재창출도 못했고요. 부동산도 못 잡았다,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경제는 파탄됐다고 했는데. 국민들한테 대단히 송구스럽고 죄송한 일이죠. 어쨌든 만족시켜드리지 못했으니까요. 그러나 할 이야기가 없진 않습니다. 있죠.
▶ 가장 아쉽고 속상했던 부분이 있습니까?
-부동산 문제나 양극화 문제죠. 양극화 문제는 복잡한 이야기입니다만 어쩔 수 없는 우리의 구조고. 사실 참여정부는 양극화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서 시작한 정부죠. 오히려 의제로 던진 정부죠. 그러니까 도저히 안 되겠다 하고 문제를 본격화한 정부지 어쩔 수 없이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요. 부동산도 오르긴 올랐는데 당시 유동성이 워낙 크다 보니까 우리가 힘들었습니다. 사실 순서로 따지면 OECD 중요한 국가들 중 25~26개 국가를 비교해보면 우리가 적게 오른 국가로써 3번째 4번째쯤 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지탄을 많이 받고 욕을 많이 먹었죠. 어쨌든 저희들이 책임져야 될 부분입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4년이 지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참여정부에 대한 재평가가 다시 이뤄졌습니다. 친노라는 야권의 거대 세력이 다시 등장했고요. 4년 동안의 시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지난 4년 동안 어떻게 보면 국민들께서 다시 봐주기 시작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대통령이 돌아가셔서 아쉽다를 넘어서서 그 당시에 추구했던 가치가 무엇이고 그것이 과연 정당한 것이고 옳은 것이냐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앞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부분까진 아직 못 간 것 같습니다. 소위 친노라고 해서 정치를 하는 분들조차도 거기까지 못 간 것 같거든요. 그냥 이기자는 소리만 있지 아직까지 깊은 정신이나 얘기까지 닿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 현실 정치인들이 너무 선거에만 치중했다는 말씀이신가요?
-굳이 이야기 하자면 좀 그렇죠. 말하자면 모이자, 이기자 만 있지 세상을 어떻게 경영하자에 대한 분명한 생각들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소위 말하는 노무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겁니다. 자기 스스로 성공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있고 자기 스스로의 비전과 프레임이 있다면 그걸로 얼마든지 국민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니까 자꾸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따라 다니는 겁니다.
▶ 소위 친노라고 하는 그룹들이 하는 말이 ‘이제 계파로서의 친노는 없다. 가치로서의 친노만 있다’고 얘기하는데 가치로서의 친노도 계속 되고 있다고 보시나요?
-지금 친노라고 하는 분 중에.. 사실 친노라고 하면 인간적인 친노라든가 정책으로 친노인데 그 중에는 정말 소수지만 인간적으로도 아니고 정책적으로 닮지 않은 분들이 꽤 있거든요. 그러면서 친노라고 하는데 이걸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 그래서 그런 말씀을 하신건가요? ‘친노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씀이.
-인간적 관계에 있어선 참여정부 때 서로 안 좋은 관계나 불편했던 분들도 있고, 정책적인 측면에선 오히려 반대가 심했던 분들도 있죠.
▶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은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문재인 의원입니다. 5년 뒤에 정권 재창출을 하겠다고 이야기했고요. 지금의 문재인 의원의 행보를 평가해보신다면.
-제가 평가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고 보고요. 제가 평가해봐야 객관적이지도 않을 것이고. 오히려 제가 조언을 한다면 이기고 지고에 집착하지 마라. 이기는 게 문제가 아니고 이겨서 뭘 할 것인가가 중요한 겁니다. 말하자면 지더라도 우리 국가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그 생각을 전달하면 되는 거고 그것이 중요한 거지 자꾸 이기고 지고를 이야기 한단 말이죠. 그러니까 정치를 안 하셨던 분들이 정치를 하게 되면 오히려 그런 틀에서 벗어나야 되는데 자꾸 이기고 지고 틀 속에 들어가서 미래에 대한 그림을.. 자꾸 구도이야기, 단일화라든가 야권통합이라든가. 통합하고 단일화해서 그 다음에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그림을 그리면 그 그림에 상대가 따라와 주든가 아니면 상대가 그림을 그리면 내가 따라가 주든가 이렇게 통합이 되어야지 지금처럼 그것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모이자, 이기자 해선 성공해도 성공하는 즉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단 말이죠. 그래서 제발 정치하는 분들이 바로 생각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기고 지고가 문제가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계속 했던 얘깁니다. 한번쯤 지면 어떠냐. 그러다보니까 실제 졌고 많이 졌지만 국민적 지지가 있지 않습니까. 그게 노무현 정신이지 이기자 라는 말만 가지고는 절대 노무현 정신이 아닙니다.
▶ 오늘 추모식 행사장에 안가셨어요.
-처음으로 제가 못 갔습니다. 오늘 제가 약속한 대중강연, 강의가 오후 늦게까지 있습니다. 제가 분권과 자율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는데 이렇게 강의를 하는 게 또 하나의 추모라고 생각합니다.
▶ 강의를 옮길 수도 있었는데 안 가신 이유가 있나요?
-강의를 옮기기 힘들었습니다. 굳이 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이제는 각자 자리 자리에서 나름대로 정신을 구현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일부러 강의를 취소하지 않고 계속 하기로 했습니다.
▶ 아까 말씀하신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통합을 말씀하셨는데 야권은 계속해서 분열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야권의 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안철수 의원이 지금 새 정치를 하겠다고 정치 세력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제가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설득력 있는 그림을 아무도 가지고 있지 못하니까 계속 이런 겁니다. 결국 누가 기치를 제대로 세워야 되는데 기치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니까 이렇게 사분오열 되는 거죠. 지금 같은 상황에선 또다시 누가 합치면 또 나올 겁니다.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