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휴에도 정치 얘기는 빼놓을 수 없는 화젯거리였습니다.
채동욱 총장 논란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장외투쟁까지 이런 저런 얘기들이 오갔습니다.
그런데 추석을 지내고 온 여야 의원들은 민심을 자기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 일쑤입니다.
제 논에만 물을 끌어넣는 식입니다.
여야 대표의 말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민주당 지도부의 호언장담처럼 야당의 협력 없이는 국정이 마비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 앞에서는 야당의 국정협력은 헌법-국회법상의 의무이지, 여당에 대한 시혜가 결코 아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 "박근혜 정부나 여당은 민생을 말할 자격이 없다. 입술로는 민생을 걱정하며 실제론 민생 옥죄는 정부 여당에 기대할 수 없다. 지난 두 달 동안 우리당 견지해온 원내외 병행 투쟁 더욱 강화 의견이 다수였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상대할 대상은 여당이지 청와대가 아니라며 원내 복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역시 9월 정기국회와 10월 국정감사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며 비상국회본부를 설치했습니다.
주중에는 국회에서, 주말에는 장외투쟁을 이어 간다는 이른바 '주중 국회' 주말 광장' 전략을 강화한다는 뜻입니다.
셈법이야 어떻든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셈이니 9월 정기국회와 10월 국정감사는 차질없이 진행될 모양입니다.
다행입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의 시각 차이가 너무 커서 정기국회가 또 국정감사가 순조롭게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
- "야당이 본연의 활동인 민생법안과 예산처리를 명분 없는 장외투쟁과 연계-이용한다면 민생의 역풍에 부딪힐 것이다. 야당이 원내외 병행투쟁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는 추석 때 확인된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다."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
- "지난 일주 동안 추석 민심 확인했고 민심 속에서 우리나라 민족의 최고의 명절인 추석 경기가 실종됐다. 대통령은 완전한 절벽 불통에 빠짐을 알고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대실 대불이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축소 문제를 놓고 날 선 대립이 시작됐습니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 연금 20만 원을 주겠다는 박 대통령의 공약은 재정형편상 지키지 어렵다는 게 정부와 새누리당의 판단입니다.
그러자, 야당은 대선 때 유권자를 속였다며 새누리당과 청와대를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심재철 / 새누리당 최고위원
- "공약한 그대로 지키면 증세로 그대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재정형편을 국민께 소상히 알리고 이해 구해야 한다. 후세에 막대한 빚더미 넘겨서는 안 된다."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
- "대통령이 공약 지키려는 손톱만큼의 노력과 성의 보이는 게 도리고, 약속 파기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를 해야 한다."
시작부터 이러니 9월 정기국회와 10월 국정감사가 난타전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이번 추석 민심 가운데 또 하나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박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추석 직전 서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
- "야당에서 장외투쟁을 고집하면서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그 책임 또한 야당이 져야 할 것이다."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정치가 계속 민주주의 회복을 거부한다면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쪽은 어디일까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60.9%로 나타났습니다.
9일 전인 지난 11일 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69.5%로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8.6%포인트나 떨어진 것입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20일 성인 1000명(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66.0%로 지난 11일 조사 때의 72.7%보다 6.7%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많았지만, 박 대통령 역시 3자회담 결렬과 채동욱 총장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민심이 이러하다면, 여야와 청와대는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겠죠.
민주당은 국회로 들어가 열심히 하라는 민심을, 여당과 청와대는 야당을 포용하라는 민심을 말입니다.
9월이 가기 전에 야당을 품은 대통령, 또 국회에 들어간 야당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가을 바람이 스산해지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