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으로 국정과제를 실천에 옮겨야 할 때인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아마도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 있거나 기관장 교체가 확정되지 않은 공공기관 공기업 인사때문일것입니다.
어제 저녁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음식점에서는 비공개 당청회동이 있었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황우여 대표 등 최고위원단이 참석했고, 청와대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유민봉 국정기획수석과 최원영 고용복지수석, 박준우 정무수석 등이 나왔습니다.
최근 기초연금으로 곤욕을 치른 최원영 고용북지수석과 3자회담 결렬로 힘들었던 박준우 정무수석을 위로하는 자리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관심사는 공기업 인사였습니다.
다시 말해 대선 승리를 위해 뛴 공신들을 그냥 모른 척하니 이들의 불만이 커지니 한 자리를 달라는 겁니다.
한 참석자의 말입니다.
"박근혜 정부를 수립하는데 열심히 뛰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있다면 검증을 통해 배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황 대표가 김 실장과 회동 직전 별도로 만나 당에서 준비해간 별도의 공공 기관장 인사 추천 명단을 전달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어쨌든 지금 새누리당에서는 '대선 공신 홀대론'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어제 최고위원 회의에서 나온 정우택 최고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정우택 / 새누리당 최고위원(10월10일)
- "공공기관 인사도 시급하다. 신중함이 지나쳐 시스템 문제 아닌가 우려 높다. 당 대표 께서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주실 것을 부탁한다. 특히 대선 승리를 위해 애쓴 동지를 위한 적극적인 배려가 당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무성 의원도 최근 청와대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선 공신을 좀 챙겨달라는 얘기를 전했다고 합니다.
"대선 캠프 때 정말 유능한 인재들이 많았는데, 이들에게 적절한 자리를 찾아줘야 한다"
"그러지 않고 이들을 무시하면 다들 뒤집어질 것이다"
실제로 친박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정권 출범 초부터 청와대에 직간접적으로 인사 추천을 하고 있지만 얘기가 전혀 안 먹히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는 말이 나옵니다.
특히 최근 이명박 정부 인사로 분류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되자 불만이 폭발했다고 합니다.
'친박 사람들은 챙기지 않으면서, MB 사람은 챙기냐'는 것입니다.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기관장 한명 한명에 대해 꼼꼼히 검토를 하고 인선을 하기 때문에 '인사 추천'을 할 수 없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누가 누가 박 대통령에게 보고 없이 함부로 기관장 인사를 약속했다가 질책을 받았다는 소문도 들렸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박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는 안된다고 천명한 것때문에 쉽게 친박 인사들을 임명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인수위때부터 '낙하산 인사' 근절을 강하게 외쳤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대통령(1월30일 인수위 정무분과)
-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 낙하산 인사에 있어 근본적인 원인이 제거될 수 있도록 아예 시스템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면서도 낙하산 인사는 안된다."
어찌보면 모순된 것 같기도 합니다.
박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한 사람들은 대부분 대선공신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을 내려보내면 낙하산 인사가 되고 맙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공기업 공공기관장 인사가 늦어지는 이유로 이른바 MB 사람들의 버티기도 한몫하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적어도 MB 맨들이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은 스스로 나가줬으면 한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상당 수 기관장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 과학계 기관장은 지난 2007년 이른바 '친박 학살'이 일어났을 당시 공천심사위원까지 한 전형적 MB 맨인데도,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안나가겠다고 버티는 사람을 쫓아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게다가 사장을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원회가 MB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들로 상당수 구성돼 인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대선이 끝난 뒤 자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많고, 빈 자리는 잘 나지 않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이 되는 '낙하산 인사, 보은인사', 그 고리를 끊자니 대선 공신들이 서운해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원조 친박인 서청원 전 대표가 재보궐에서 이겨 당에 입성하면, 또 김무성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대선 공신들의 사정이 좀 나아질까요?
해외 순방중인 박 대통령이 돌아오면 비어 있는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복지부 장관 인사와 함께 대대적인 공공기관장 인사가 있을 지 궁금해집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