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오늘자 조간 신문의 1면은 꼭 1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합니다.
도무지 지난 대선 정국에서 정치권이 빠져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바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 때문입니다.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소속의 트위터 팀이 5만 여건의 노골적인 대선 개입 글을 올렸다"
"아니다. 국정원 직원 관련 증거는 2천 여건에 불과하다"
"윤석열 수사팀장은 부적절한 돌출 행동과 항명을 했다"
"아니다. 소신껏 행동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놓고 여야의 의견이 다르고, 윤석열 팀장의 행동을 놓고 검찰 안팎의 의견이 다릅니다.
덩달아 국민의 의견도 다릅니다.
대선이 불공정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고, 그까짓 댓글과 트위터로 대선 결과가 뒤바뀌었겠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다시 갈라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고,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요?
민주당은 국정원 직원들이 대선 초반에는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비방하는 트위터를 달았고, 대선 후반에는 박근혜 후보 지지글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후보들의 인상 착의- 박근혜의 친근한 미소, 문재인의 놀란 토끼눈. 안철수의 느끼한 능구랭이 얼굴…. 결론 - 사람은 미소짓는 모양이 아름답다(9월18일)"
"대선 후보 기호 1번 대한민국, 기호 2번 북조선인민공화국"(11월25일)
검찰 공소장 변경 신청서에 첨부된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글에는 욕설과 막말도 많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민주당은 이것이 빙산의 일각이라며 공세를 강화하려는 태세입니다.
그리고는 다시 장외로 나가 촛불을 들었습니다.
▶ 인터뷰 : 이춘석 / 민주당 법사위 간사(10월20일)
- "특히 인터넷 여론이 댓글에서 트위터로 넘어 가고 있다고 보면 규모나 파급 효과도 규모가 다른 선거개입으로 밖에 볼수 없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당 의원(10월20일)
- "국정원 군 보훈처 조직적으로 대선 개입 한 것은 다시 박정희 전두환 시대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를 반박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대선 개입 글이라고 주장한 내용 대부분은 타인이 올린 글이나 신문 기사를 개인적으로 리트윗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또 검찰이 주장한 야당과 야당 후보 비아 5만 여건에는 '특정 단어'만 들어가도 비방글로 분류한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NLL 포기'를 비판했는데 이게 '문재인 후보 반대'로 동일시되는 식입니다.
새누리당 역시 검찰과 민주당이 부풀리기를 했다며, 정치적 저의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윤상현 /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10월20일)
- "지난 정부의 국정원에 대해 일어난 일인데 비호할 생각은 없지만, 이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법적인 의미에서 직접적 증거라고 할 지라도 법률상 불법 취득한 정보이기에 법적인 정보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 인터뷰 : 정우택 / 새누리당 최고위원(오늘)
- "(민주당이) 아마 지난 대선에 대한 불복의 마음이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꾸 대선불복 분위기 조성하는 건 국민을 화합과 통합이 아니라 분열과 여론을 나누는 대한민국 발전에 큰 장애를 자꾸 일으키고 있다."
갈라진 민심과 두 당의 공방은 당장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의 복귀 여부와 공소장 변경여부에 쏠리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윤 팀장의 수사팀 배제는 국정원 대선 개입을 감추기 위한 의도라고 보고 있고, 새누리당은 내부 보고 절차를 어긴 당연한 조치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민주당 의원(법사위원장)
- "(윤 팀장의)직무 배제가 의미하는 것은 얼마만큼의 압력이 었었겠느냐. 남재준의 수사 방해, 청와대의 엄청난 외부 압력 있었고 그걸 이겨내지 못한 검찰이 수사팀장 직무 배제 하지 않았나)
▶ 인터뷰 : 윤상현 /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10월20일)
- "검찰청 법과 절차 무시한 전례없는 검찰권 남용이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 내린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 내부 역시 갈라졌습니다.
이유가 어쨌든 상부에 보고하도록 한 내규를 위반한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과정이 잘못되면 목적이 옳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는 논리입니다.
상명하복인 검찰에서 이런 식의 돌출행동은 심하게 말하면 '콩가루 집안'이 되는 길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면 윤 팀장이 사전에 몇차례 구두보고를 했기에 수사팀 배제는 과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윤 팀장이 수사 지휘선상에 있는 조영곤 중앙지검장 집까지 찾아가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 영장 집행을 건의했지만 조 지검장이 뜨뜨미지근한 태도를 보여 어쩔 수 없이 단독 행동을 했다는 겁니다.
특히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보면, 윤 팀장의 행동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누구의 말이 옳고, 누구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나요?
그 평가는 뒤로 하고, 우리가 되짚어봐야 할 대목은 따로 또 있습ㄴ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이렇게 오랫동안 대선 문제로 옥신각신한 전례가 있을까요?
검찰 역사사상 이렇게 오랫동안 조직이 흔들리고, 조직내 이견이 밖으로 분출된 적이 있을까요?
국민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빨리 정
빨리 검찰이 안정을 찾아 본연의 역할에 전념해 주길 원하고 있습니다.
언제쯤이면 조간 신문에 이런 국민의 여망이 담긴 기사를 볼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