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어느 한 해 뜨겁지 않았던 적이 없었지만, 돌이켜 보면 올 한 해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3년 2월25일. 우리는 이 시대의 첫 여성대통령이 엄숙한 대통령 선서를 하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봤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2월25일)
-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대통합'과 '100% 대한민국'을 역설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치열했던 지난 대선의 후유증이 컸던 탓인지 현실은 대통령의 그 말대로 100%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이 불거졌고, 이른바 댓글녀와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 선거 개입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고, 특검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국정원에서 도움 받은 바 없다'며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불법 선거 논란은 결국 '대선 불복' 논란으로 불똥이 튀고 말았습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10월23일)
- "지난 대선 때도 대선결과를 좌우하는 여러 사건 비롯해 근거없는 선동으로 대선 치뤄졌지만, 대선 결과에 불복하지 않고 미래 내딛은 전통이 있다. 불복하려면 떳떳이 법적 절차 밟을것이지 지속적으로 대통령 흔드려는 건 용납할 수 없다."
▶ 인터뷰 : 설훈 / 민주당 의원(10월23일)
- "지난 대선 자체가 심각한 부정이었단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아야 한다. 저는 선거결과가 100만표 차가 됏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게 정상적 선거였다면 어떻게 됐을 것이냐. 우리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의 단순한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작금의 흐름이다."
국정원 선거개입과 대선 불복 논란은 1년이 끝난 오늘까지도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대선의 후유증은 또 있었습니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논란입니다.
애초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느냐 아니냐 가지고 옥신각신했던 논란은 대선이 끝나면서 잠잠해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이 불거지면서 덩달아 NLL 포기 발언 논란이 다시 튀어나왔습니다.
새누리당은 NLL 포기 발언이 맞다고 주장했고, 문재인 의원과 민주당은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국가정보원이 보관하고 있던 대화록을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짜집기 논란이 일었고, 급기야 문재인 의원은 국가기록원에 있는 원본을 보자고 폭탄 선언을 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10월4일)
-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한마디로 대화록은 있고 'NLL 포기'는 없었던 것 아닌가"
그러나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은 없었습니다.
단순 누락인지, 의도적 삭제인지를 놓고 한참동안 시끄러웠습니다.
지난 대선때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대화록을 사전 입수해 선거에 이용했다는 논란이 커졌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의원(11월13일)
- "대화록을 본 적은 없다. 대선 당시 보고받은 '정보지' 내용을 검토한 결과 근거가 있다고 판단해 발언한 것이다"
이렇게 지난 1년은 대선 후유증 속에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박 대통령을 힘겹게 한 것은 또 있었습니다.
바로 인사였습니다.
총리 지명자부터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비서관까지 취임 한달여 만에 무려 14명이 낙마했습니다.
▶ 인터뷰 : 김종훈 /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3월3일)
- "이제 저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던 마음을 접으려 합니다."
인사난맥상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대형 사고로 절정에 올랐습니다.
이 사건은 윤창중 전 대변인을 세계적 유명인사로 만들었습니다.
▶ 인터뷰 : 윤창중 / 전 청와대 대변인(5월11일)
- "허리를 툭 한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을 하고 나온 게 전부였다."
이 사건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황당했던 사건은 또 있었습니다.
바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논란이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채 전 총장의 혼외자식 논란은 그 배경을 놓고 정치적 공방이 오갔을 정도입니다.
채 전 총장은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를 지휘했던 자신을 몰아내려는 어떤 음모가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고, 사람들은 논란의 실체를 궁금해 했습니다.
▶ 인터뷰 : 채동욱 / 전 검찰총장(9월30일)
-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그러나 민간인으로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큰 소리쳤던 채 전 총장은 아직까지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정말 혼외자식이 맞는 걸까요?
혼외자의 개인 정보가 어떻게 유출됐는지를 놓고 청와대 현 행정관이 구속되면서, 사건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진실은 아직 먼 것 같습니다.
어수선한 박근혜 정부의 1년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으로 절정에 달했습니다.
30년 만에 터진 내란음모 사건은 그 이름만으로도 생소하면서도 너무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혁명 조직을 만들었고, 총기 탈취와 유류 시설 폭파를 꿈꿨다는 국정원 녹취록은 우리를 경악케 했습니다.
▶ 인터뷰 : 이석기 / 통합진보당 의원(9월5일)
- "이 도둑놈들아! 이 도둑놈들아! 국정원 날조사건…"
그러나 최근 법정에서 제보자의 진실이 오락가락하면서 이것 역시 진실의 실체가 무엇인지 단언하기 어려운 상태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게는 이런 국내 문제가 참으로 머리 아팠을 법합니다.
그런데 설상가상격으로 북한 역시 박 대통령을 끊임없이 괴롭혔습니다.
연초부터 갖은 도발 위협을 하더니 박 대통령 실명까지 거론하며 거친 말을 쏟아냈습니다.
▶ 인터뷰 : 북한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담화(5월27일)
- "박근혜는 최고 존엄을 거론하며 병진노선이 성공할 수 없다는 무엄한 망발을 했다. 모하기 짝이 없는 망발이며 극악한 대결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유신 독재자가 무엇 때문에 총격을 당하여 비명횡사하였는지 돌이켜보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북한의 행동은 급기야 북한 2인자 장성택의 처형이라는 세계적 뉴스를 터뜨렸습니다.
왜 고모부를 직접 처형했는지 소문이 꼬리를 물었고, 지금도 그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12월13일)
- "온 장내가 열광적인 환호로 끓어번질 때 (장성택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서서 건성건성 박수를 치면서 오만불손하게 행동하여….""
연말이라고 조용할 리 없죠.
22일에 걸친 철도노조의 최장기 파업은 연말 분위기를 거둬가 버렸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어제 수석비서관회의)
-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크고 작은 변화와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변화를 가져오는데는 그만큼 고뇌와 아픔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에 굴복하거나 적당히 넘어가게 되면 국민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 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지난 한 해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좋았던 일도 많았겠지만, 유독 뉴스를 다루다보니 나쁜 일이 더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14년은 또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박근혜 정부에게 어떤 숙제를 던져주고 있을까요 ?
어차피 닥칠 운명적인 일들이라면,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겠죠.
미리 안다고 해서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저 담담하게, 원칙을 지키며 정도를 걷는 것 말고는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