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월요일 아침 뉴스의 맥입니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와 관련해 새누리당이 공약 번복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확산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스탠드 스틸을 발동했습니다. 이번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실상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정보가 털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중과 일본이 역사문제로 갈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안중근 기념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1. 새누리의 헛발질
- 어떤 이유로든 약속한 것을 못 지키게 됐을 때는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입니다. 그 주인공이 집권여당이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지난 대선 때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했던 새누리당이 위헌 가능성이 높다며 슬며시 공천 유지 쪽으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새누리로서는 최근 송인준 헌법재판관의 말에 큰 자신감을 얻었을 겁니다. 지난 2003년 기초선거 정당 표방 금지에 대한 위헌 판결을 냈던 송 재판관이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 역시 위헌 성격이 짙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공천 폐지 공약을 뒤집고 싶었던 새누리당은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입니다.
그러니까 기초공천 폐지는 2003년부터 사실상 위헌이었는데 그걸 잘 모르고 공약을 했던 것이니 이제라도 바로잡겠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민주당도 같은 잘못을 했으니 '다 같이' 대국민 사과를 하자고 나섰습니다. 집권여당의 언행치곤 좀 궁색합니다.
새누리당의 헛발질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대선 때만 해도 위헌 논란이 있다며 반대하던 '오픈 프라이머리'를 친박 지도부가 돌연 최선의 대안으로 제시하는가 하면, 당 대표 신년 기자회견에선 한 줄도 안 나왔던 지방선거-재보선 선거합치기를 원내대표가 갑자기 툭 제안합니다.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법과 제도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집권여당을 과연 믿을 수 있을지 새누리당뿐 아니라 국민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2. 스탠드 스틸
- 정부가 마침내 최후의 카드를 썼습니다. 스탠드스틸(standstill), 즉 전면이동제한 조치를 한 겁니다. 이에 따라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발견된 전북 지역과 함께 전남, 광주 지역도 가금류와 관련된 사람과 차량의 이동이 오늘(20일) 밤 12시까지 전격 금지됩니다.
스탠드 스틸은 2010년 구제역으로 홍역을 치른 정부가 방역 대책으로 내 놓은 카드로 2012년 2월부터 도입됐습니다.
애초 정부는 전북 고창에서 고병원성 AI가 처음 신고된 지난주 금요일 저녁 방역대책회의 때까지만 해도 스탠드스틸은 검토 끝에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시 농식품부의 권재한 축산정책국장은 고창의 종오리 농장에서 분양된 병아리가 어느 농장으로 가 있는지 파악되고 있고 이미 해당 지역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전파 가능성이 낮고, 따라서 스탠드 스틸 조치는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말 동안 오히려 국민 불안이 커지고 실제로 오리·닭 소비가 줄어들자 정부도 두 손을 든 겁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가 인재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방역의무 위반으로 부과된 과태료 건수가 10배나 늘었다는 겁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방역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3. 대한민국이 털렸다
- "사실상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정보가 털렸다"
범죄자 한 명이 나쁜 마음만 먹으면 국민 4천8백만 명 전부의 개인정보를, 그것도 조그마한 USB 1개에 빼돌릴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금감원이 어제 KB, 롯데, NH 농협카드 정보유출 사태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했는데, 유출 규모는 1억 580만 명, 유출된 정보는 이름, 집 주소, 신용등급, 은행 결제계좌, 신용카드 실적까지 모두 19가지 항목이나 됐습니다. 다행히 비밀번호는 항목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당국은 더 이상의 추가 유출이나 유통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여전히 정확한 피해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당국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어쩐지 요즘 스팸 문자가 많이 오더라니,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에 노출된 건 아닐까" 이런 갖가지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소송을 통해 해당 카드사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점점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이번 유출로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은 물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인정보도 모두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정보까지 털린 것은 아닌지…. 참 별걸 다 걱정해야 하는 세상입니다.
4. 안중근 기념관
- 중국 하얼빈역의 시간이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30분으로 멈춰 섰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를 기념하는 '안중근 기념관'이 어제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에 따라 저격 105년 만에 역사적인 현장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게 됐습니다.
이번 기념관 건립에는 무엇보다 중국의 도움이 컸습니다. 하얼빈이 중국 땅이니 이렇게 기념관이 세워질 수 있는 것 자체가 중국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의거 현장에 표지석을 좀 설치해 달라고 한 것이 시발점이 됐습니다. 중국은 한 발 더 나아가 기념관 건립으로 화답했습니다.
물론 중국도 고민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공사를 시작하고도 개관 당일인 어제까지도 철저히 비밀에 부쳤습니다.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본 아베 총리의 폭주를 보면서 더이상 고민이 필요 없다고 느낀 것 같습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8일 "아베의 일본이 히틀러의 나치 독일과 같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뉴스의 맥이었습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