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다음 달 우리나라로 따지면 국회의원이 되는데 지역구가 백두산이라 인상적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0만 명 이상의 중산층이 신용하층민으로 전락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계속되는 아베의 폭주에 서방 선진국의 주일 대사들까지 단단히 뿔이 났습니다. 이석기 의원이 사용한 북한어 '좌경맹동주의'라는 말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1. 백두산 지역구
- 북한 김정은이 다음 달이면 국회의원이 됩니다. 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건데,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는 입법권을 갖는 최고의 주권기관이기 때문에 대의원은 우리의 국회의원에 해당합니다. 대의원의 임기는 우리 국회의원보다 1년 긴 5년이고, 지난 12기의 경우 우리 의원 수 300명의 두 배가 넘는 687명이었습니다.
북한도 우리처럼 선거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의 지역구는 백두산, 선거구 번호는 제111호입니다. 아버지 김정일의 경우 선거구를 '몇 호' 선거구 하는 식으로 번호로만 표시했지만, 이번에는 백두혈통을 강조하기 위해 '백두산'이라는 이름을 굳이 넣은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자 대회에 군부 실세를 대거 부르고 일반 지역이 아닌 군부대 선거구를 택한 것은 군심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의원 하면 엄청난 권한을 갖지만, 그래도 우리 국회의원들이 김정은을 보면서 가장 부러워할 점은 당선이 보장돼 있다는 겁니다. 지난 12기 대의원 선거의 경우 투표율 99.98%에 찬성 100%가 나왔습니다.
이번 대의원들의 면면이 나오면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의 권력 이동을 엿볼 수 있는 만큼 다음 달 선거에 관심이 쏠립니다.
2. 신용 하층민
- 가계부채 1,000조 원 시대.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어제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사이 중신용자 4명 중 1명이 저신용자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용등급이 5~6등급으로 은행대출이 가능했던 중산층 100만 명 이상이 7~10등급인 '신용 하층민'으로 추락해 제2금융권이나 사채를 써야 하는 처지에 몰린 겁니다. 고신용자의 7%도 저신용으로 떨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20대의 저신용 하락률이 27.9%로 모든 연령대에서 압도적으로 높다는 겁니다. 보통 대학을 갓 졸업하면 3~5등급의 높은 신용등급과 학자금 대출을 동시에 가지고 사회에 나옵니다. 그런데 취업이 안 되니까, 결국 소득이 없어도 대출이 가능한 제2금융권을 찾게 된다는 겁니다.
더 걱정인 건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겁니다. 대출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내리자니 오히려 대출 규모가 늘 수 있고, 올리자니 신용 하층민들이 곡소리를 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야심 차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세운 박근혜 정부가 일단 '부채혁신 3개년 계획'부터 마련해야 하는 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3. 주일대사들의 반기
- 보통 한 나라의 대사로 부임하면 그 나라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 그동안 외교가의 상식이었습니다. 이런 인식이 너무 공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은 대사를 끊임없이 순환시킵니다. 그런데 요즘 주일대사들을 보면 이런 공식이 깨지는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아베 신조 총리의 폭주에 대사들도 더는 못 참겠다는 분위기입니다.
포문을 연 건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입니다. 케네디 대사는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직후 "실망스럽다"는 미국 정부의 성명을 전한 데 이어, 지난달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총리의 결단에 실망했다고 거듭 비판했습니다. 지난달 27일에는 게리 로크 주중대사와 성 김 주한대사와 서울에서 만나 일본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케네디 대사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딸로 오바마 대통령과도 친분이 깊습니다.
여기다 어제는 대표적인 지일파인 티모시 힛친스 주일 영국대사가 일침을 가했습니다. 힛친스 대사는 어제 한 강연에서 과거의 잘못을 만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신사 참배와 관련해 신중한 자세로 임해 주기 바란다고 꼬집었습니다. 국제사회에 이어 국내여론, 더 나아가 자국 부임 대사들까지 이렇게 나오는데, 일본의 우이독경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됩니다.
4. 좌경 맹동주의
- '좌경 맹동주의'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어제 하루 이 말이 화제가 됐습니다.
내란음모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20년을 구형받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최후 진술에서 이 말을 썼는데, 같은 당 김재연 의원이 "누구나 쓸 수 있는 말이고 난 많이 들어왔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이 의원은 문제가 된 지난해 5월 모임 당시 일부 참석자가 총이며, 칼이며, 통신선 말을 하기에 저건 '좌경맹동주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기의 생각과는 달랐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어사전에는 "아무런 원칙 없이 극단적 또는 모험적인 행동을 일삼는 기회주의적 사상이나 태도를 뜻하는 북한어"라고 나와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972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 주석이 "1·21 사태는 우리 내부에서 생긴 '좌경 맹동분자'들이 한 짓이지 내 의사가 아니었다"고 말하며 이 용어를 쓴 적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북한어로 보는 게 이래저래 타당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연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많이 못 들어봤어야 정상인 상황입니다.
안 그래도 통진당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큰데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뉴스의 맥이었습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