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석상은 통합신당에 대한 걱정과 우려보다는 기대감으로 넘쳤습니다.
먼저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위원장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오늘)
- "오늘 우리의 첫걸음이 석 달 후 지방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2년 후 의회 권력을 바꿀 것입니다. 2017년 정권교체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오늘)
- "공천 지분을 놓고 줄다리기 같은 것 안 했다. 공천은 지분과 무관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최적 최강 후보 내세워야 한다는 데 공감했을 뿐이다. 안철수식 새 정치의 일단이라 생각한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공천 지분 다툼이나 세력 갈등은 없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6.4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 그리고 2017년 대선까지 통합신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입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정치 지향점을 가졌던 세력이 하나로 합치기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굳이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당장 안철수 의원이 공들여 모셨던 사람들이 안철수 의원 곁을 떠나려 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사과했는데도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 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3일)
- "설명에 앞서 여러분뿐만 아니라 발기인 포함해 동지 여러분에게 미리 상의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사실 어제 제 결정은 동지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위원 여러분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동지 여러분의 뜻이 없고는 새로운 정당을 창당할 수 없습니다."
당장 윤여준 새 정치연합 의장이 안 의원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윤 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효율성을 중시하는 CEO 출신들의 리더십은 종종 민주주의 과정을 낭비로 보는 문제를 드러내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CEO출신인 안철수 의원이 당의 공식 의사결정기구를 거치지 않고 나 홀로 통합신당 창당을 합의한 것을 비판한 겁니다.
더 심한 말도 했습니다.
송호창 의원이 민주당과 통합을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지만, 윤 의장은 호랑이가 아니라 사슴이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안 의원처럼 순박한 사람은 열 번 속는다는 말도 했습니다.
안철수 의원 개인을 '사슴'이라 지칭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직은 뭔가 부족한 안철수 의원과 새 정치연합이 민주당과 5대5 통합을 해 '새 정치'의 꿈을 펼친다는 것은 어렵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그래서 윤 의장은 신당에 참여해 안철수 의원을 돕겠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안 위원장이 창당과정에서 새 정치연합의 정강과 정책을 제대로 관철하지 못하면 떠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불안감은 비단 윤 의장뿐만이 아닙니다.
신당추진단의 새 정치연합 쪽 단장인 김효석 공동위원장은 통합신당의 당헌 당규가 확 바뀌지 않는다면, 신당 창당 합의를 깰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민주당에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새 정치 연합 지지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강수를 둔 것일까요?
그만큼 새 정치연합 내부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안철수 위원장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 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4일 전북 창당 설명회)
- "혹시 경쟁이 없어져서 다시 기득권에 안주할 수 있겠다고 내심 안도의 한숨을 하시는 분 있다면, 이 자리에서 동지 여러분과 함께 오산이라고 절대 경고하겠다."
새 정치연합 지지자들의 머릿속에는 아마도 지난 2012년 대선 때가 다시 떠오를지 모르겠습니다.
당시 안철수 후보는 중도 포기 없이 끝까지 간다고 했지만, 결국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했습니다.
후보 단일화 룰을 놓고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였지만, 결국 당과 조직력에 앞선 문 후보에 후보직을 양보하고 대선 당일 미국으로 돌연 출국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2012년 11월23일)
-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그러니,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서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 주십시오.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합니다."
아마도 새 정치연합 지지자들에게는 이날의 모습이 긴 잔상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는 안철수 위원장을 보면서 다시 그때를 떠올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2012년 대선의 데자뷔는 새누리당에게도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일대일 구도로 그 어느 대선보다 치열했든 2012년. 결국, 승자는 새누리당이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가 1대1구도 하에 박빙의 승부로 치러진다면, 다시 보수 대 진보세력의 총결집으로 이어질 것이고, 승자는 새누리당이 될 것이라는 은근한 기대도 깔렸습니다.
안철수식 새 정치의 종말을 고하는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서청원 / 새누리당 의원(오늘 최고중진회의)
- "우리는 그분의 얘기가 귓전에서 쟁쟁거린다. 뭐라고 얘기했느냐. 신당은 백 년을 가는 정당으로 만들겠다. 민주당과 연대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만약에 그렇게 되면 정치 그만두겠다, 이렇게 얘기한 게 불과 100일이고, 우리 귀에 쟁쟁하다. 명분 없는 민주당과 합당했는데. 안철수 씨가 가면을 일찍 벗어서 다행이지만 먼저 국민과 새 정치 바랬던 분들에게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사과했어야 한다."
점점 2012년 그 치열한 때를 닮아가는 2014년.
그 데자뷔가 그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정치변화로 나타날지 너무나 궁금해집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