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목요일 아침 뉴스의 맥입니다. 다음 주 한·미·일 정상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 테이블에 앉습니다. 배경을 짚어봅니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20여 명이 혁신연대모임을 결성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나섰습니다. 고용부가 호봉제를 축소하는 내용이 골자인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배포한 가운데 산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유럽에 신 냉전시대가 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1. 3자 회담
-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주 초 헤이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마주앉게 됐습니다. 취임 이후 첫 정상회담입니다. 하지만, 테이블에는 오바마도 앉게 됐습니다.
오는 24일과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때 한·미·일 3자 회담이 열릴 전망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3자 회담일까. 한국과 만나고 싶은 일본과, 일본과의 정상회담이 껄끄러운 한국, 또 한국과 일본을 화해시켜야 하는 미국의 속내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회담은 미국의 초청에 두 나라의 정상이 응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다 의제도 핵안보정상회의에 걸맞게 북핵으로 국한해 한국과 일본의 민감한 과거사 문제를 살짝 비켜갈 공산이 큽니다.
미국은 이번 회담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개선되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2. 혁신연대모임
- 박근혜 정부 들어 새누리당은 시종 무기력한 여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청와대가 하라는 대로만 하고 제 목소리를 못 낸다는 겁니다. 급기야 원내 협상 파트너인 민주당이 "어차피 청와대의 '오더' 없이는 안 움직일 테니 차라리 청와대와 대화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새누리당에 새로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초재선 의원 20여 명이 목소리를 내겠다며 '혁신연대모임'을 결성한 겁니다. 그동안 공부모임은 많았지만,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모임은 없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보수정당의 역사에서 소장파 개혁세력은 항상 있었습니다. 2002년 한나라당의 '미래연대'는 이회창 총재에게 개혁을 촉구했고, 17대 국회에는 '수요모임', 18대 국회 때는 '민본 21'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혁신연대모임은 매주 수요일 모여 외부 강연과 현안 토론 등을 할 예정인데, 앞으로의 활동이 주목됩니다.
3. 임금체계 개편
- 본격적인 임단협 시기를 앞두고 정부가 어제 임금체계 개편 메뉴얼을 내놨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지금까지 각종 수당, 상여금 등으로 갈기갈기 찢어져 있던 임금 구성을 기본급 중심으로 단순화하는 것, 그리고 호봉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연공제'를 축소하고 성과 위주로 임금을 지급하자는 겁니다.
임금은 노·사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건데 왜 정부가 구속력도 없는 이 매뉴얼을, 또 임단협 시기를 앞두고 내놨을까. 그만큼 시급하다는 겁니다. 바로 60세 정년연장과 통상임금 확대 때문입니다.
오래 근무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임금이 많아지는 현재 호봉 제도를 유지할 경우 정년연장이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기업에 부담이 크다는 겁니다. 따라서 현재 평균 53세에 맞춰진 굵고 짧은 체계를 60세에 맞춰 가늘고 길게 다시 짜겠다는 의도입니다. 통상임금 확대 판결도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늘릴 수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메뉴얼을 반기고 있지만,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실상의 임금 삭감이라는 겁니다. 정부가 체계적인 대책 없이 일단 고령자의 임금을 깎고 보자는 식으로 나섰다는 비판입니다. 고용부의 메뉴얼이 이번 임단협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4. 新 냉전
- "러시아는 더 이상 구석에 몰려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푸틴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18일 크림반도 병합을 발표한 의회연설 직후 붉은광장에 모인 군중 앞에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차르가 돌아왔다." 서방 언론들은 앞다퉈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푸틴은 더 나아가 중국과 인도 정상들에게 전화로 감사를 표했습니다. 러시아-중국-인도 3국은 이미 정상회담, 장관급회의, 합동군사훈련 등을 통해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방은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국이 마치 과거 냉전시대를 연상케 합니다. 이른바 신 냉전시대입니다. 냉전시대가 끝난 이유는 미국의 일극 체제 덕분이었습니다. 누구도 미국에는 대항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제위기와 대테러 전쟁을 통해 이 일극 체제가 무너졌고, 푸틴이 그 틈을 노려 '강한 러시아'를 주장하고 나선 겁니다.
서방은 뒤늦게 러시아의 G8 회원 자격을 정지시키는 등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유럽을 둘러싼 정세가 점점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뉴스의 맥이었습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