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습니다.
리얼미터가 어제 발표한 정당 지지율을 보면 새누리당은 49.6%, 새정치민주연합은 34.8%를 기록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지난주보다 1.4%포인트 상승했지만, 새정치연합은 2.4% 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지지율 격차는 지난 주 11%포인트에서 14.8%포인트까지 더 벌어졌습니다.
통합 직후 새누리당과 비슷했던 새정치지지율이 왜 갑자기 이렇게 떨어졌을까요?
여러 요인이 있을 겁니다.
새정치를 기치로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이 합쳤지만,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새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을 먼저 꼽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정강 정책에서 빼기로 했다는 논란은 지지자들의 마음을 떠나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안철수 의원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위원장(3월20일)
- "동지 여러분들께 먼저 사과 말씀드린다. 뜻하지 않은 논란으로 마음 불편케 해드렸다. 그저께 정강정책 전문에 4.19와 5.18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는 보도 있었다. 분명히 말씀드린다. 사실이 아닙니다!"
▶ 인터뷰 : 정청래 / 민주당 의원(19일 MBN 시사마이크)
- "저는 ‘역사 인식의 부재’, ‘철학의 빈곤이 빚은 재앙’이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자기 머릿속이 정리가 돼있고 뚜렷하다면 말이 흐리지 않습니다. 애매모호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있는 대로 뚜렷하게 말하게 돼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연합 내부의 불협화음도 신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통합이 전격 발표되자, 윤여준 의장과 공동위원장단이 반발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내부 논의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한 반발이 터져나왔습니다.
윤여준 의장이 농담이라도 '이 자가 언제까지 거짓말을 하는지 보겠다'고 하고, 이계안 공동위원장이 정강 정책과 관련해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겠다'고 반발했습니다.
안철수 1인 체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보안도 중요하지만, 새정치라는 기치에 걸맞게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더 필요했을 지 모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대회 하루를 앞둔 오늘에서야 지도체제와 기초 무공천이 확정될 정도로 그동안 주요 현안들이 너무 비밀리에 진행된 게 아닌 가 싶습니다.
이런 비판과 혼란이 지지자들의 마음을 떠나보낸 걸까요?
그러나 이는 아직 서막에 불과할 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기초무공천에 대한 논란이 커질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오늘 마지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기초무공천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아무래도 새누리당이 기초 무공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과 대비시키려는 전략인가 봅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 "국민께 거짓말 하고 국민과의 약속 헌신짝 팽개치면서도 거리낌 없는 거짓말 정치, 구태정치, 낡은 정치이다, 국민 믿고 가야한다 약속 지키는 정치가 거짓의 정치 이길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당내에서조차 반발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박지원 의원과 정동영 상임고문에 이어 문재인 의원도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새누리당에 유리한 일방적인 선거결과가 우려된다"며 반대했습니다.
문 의원은 당원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당원의 뜻을 물어보자는 겁니다.
통합을 환영한다던 문재인 의원이 마침내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에 대해 반격에 나선 걸까요?
사실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 그리고 문재인 의원의 관계는 얇은 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로와 보입니다.
안 의원은 어제 제주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주장했던 문재인 의원의 당시 선택을 비판했습니다.
"(회의록 공개가) 국민도 원하지 않고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되는데 양당의 당론으로 어처구니없이 통과됐다"(안철수 의원)
게다가 이 자리에 참석한 김한길 대표는 '정권을 잡으면 4.3 항쟁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권 잡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여기 있다'고 안 의원을 가르켰습니다.
문재인 의원으로서는 참으로 불쾌했을 법합니다.
통합 발표 당시부터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연대설, 친노 배제설과 같은 얘기들이 흘러나온터라 이 대립각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친노와 비노, 주류와 비주류, 여기에 안 의원 세력까지 더해져 거대한 대립 전선이 형성되는 걸까요?
그래서 어떤 이는 지방선거 전 이 대립전선이 서로 충돌할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신당의 지지율을 더 떨어질 게 불보듯 뻔합니다.
새정치민
창당 대회를 하루 앞두고 축제 분위기여야 할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알 듯 모를 듯한 무거운 침묵감이 내려 앉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