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역시 이 무인기는 북한 것이 확실하다는 국방부의 논리를 반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무인기가 북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정청래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11일)
- "북한의 무인기라고 주장하는데 북한 무인기에 왜 아래아 한글 서체가 붙어 있습니까?
날짜가 아닌 날자라고 해서 북한 무인기라고 주장하는데 서체를 보세요 아래아 한글 서체에요
북한은 보통 광명납작체를 사용하죠?이건 코미디입니다
저는 북한 무인기라며 소동을 벌인 것에 대해서 언젠가 누군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날이 올 수 있다."
국방부는 '날자'라는 말이 북한에서 주로 쓰이고, 무인기가 우리나라 군부대만 집중적으로 사진을 촬영했다는 증거를 들이댔습니다.
정말 무인기가 북한에서 날라온 것인지 확인하면 무인기 안에 있는 GPS 부품을 분석해 좌표를 해독하면 됩니다.
2주에서 한 달 정도면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논란은 또 있습니다.
정말 이 무인기는 우리에게 위협적이냐 하는 점입니다.
이는 군 당국이 스스로 혼선을 자초한 측면이 큽니다.
국방장관 말이 다르고, 국방부 대변이 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김관진 / 국방장관 (지난 4일)
- "앞으로 더 발전된다면 이것이 자폭기능까지 갖출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시급하게 대책 마련을 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민석 / 국방부 대변인
- "겨우 2~3㎏ 정도의 TNT를 실어서 갈 수 있는데, 그 정도 자폭 기능 가지고 큰 유해는 끼칠 수 없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장관의 뜻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인데, 장관의 입과 장관 대변인의 입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셈입니다.
무인기에 대해 미 언론인 CNN은 우리의 대응을 보고 마치 우스꽝스럽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CNN이 인용한 디펜스 위클리의 제임스 하디 편집장은 "이런 비행체는 장난감 가게에서 살 수 있는 원격조정 비행기와 매우 유사하게 만들어졌으며 그저 '군대 버전'의 장난감 원격조정 비행기일 뿐"이라고 비꼬았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방공망이 뚫렸다며 저공 레이더를 들여오는 등 마치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비친 모양입니다.
무인기가 정말 위협적인지 아닌지, CNN의 보도가 맞는지 틀린 지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는 북한의 아주 미미한 1% 위협조차 최대한 신경 써야 한다는 논리와 현실 속에 살고 있다는 점은 부인키 어렵습니다.
설령 나중에 북한의 무인기가 아닌 것으로, 또 그것이 아주 위협적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다 해도, 지금 우리의 이러한 자세를 옳지 못하다 탓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아직 북한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본 아베 내각 역시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것은 비슷합니다.
일본군 위안부의 잘못을 시인했던 고노담화를 계승한다고 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헤이그에서 기껏 아베 총리를 만나줬더니, 그 이후 원래 본색으로 돌아왔습니다.
일본 아베 내각 각료인 요시타카 총무상이 야스쿠니 봄 제사를 앞두고 어제(12일) 80여 명의 일행과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했습니다.
신도 총무상은 대표적인 극우성향으로 2차대전 때 전사한 구리바야시 다다미치 일본 육군 중장의 외손자입니다.
그는 참배 후 "마음의 자유의 범위에 있는 사적인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사적인 행위라면, 각료 직을 내던지고 하는 게 맞습니다.
현직 각료가 툭하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는 것은 다분히 아베 총리의 의중이 실렸다고밖에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일본은 일본 모든 초등학교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문구를 넣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시모무라 / 일본 문부과학상
- "일본 영토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중국과 한국의 이해를 구합니다."
지금껏 계속되어온 아베 내각의 이런 기만적인 행위는 분노를 넣어 기본적인 외교적 신뢰조차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신뢰 없는 북한과 일본 아베 내각을 우리는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요?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 진실이 담겼다고 생각하면 늘 뒤통수를 맞기 일쑤고,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늘 거짓이라 여기면 대화는 아예 불가능해집니다.
답이 없으니 더 답답할 노릇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