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사과와 함께 관료들이 부처 산하기관으로 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 결정을 위해 어제 휴일에도 아주 이례적으로 수석 비서관회의를 주재했습니다.
▶ 인터뷰 : 민경욱 / 청와대 대변인(어제)
- "세월호 사고 이후 제기된 여러 문제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받은 것을 바탕으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한 최종적인 방향은 대통령이 조만간 직접 대국민담화를 통해 발표할 것입니다."
왜 대국민담화일까요?
혹 대국민담화만 발표하고 그냥 퇴장하는 것은 아닐까요?
대국민담화 뒤 대통령이 기자들과 허심탄회한 질의응답을 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야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해 '공감 부족'이라고 지적을 하니, 청와대로서도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닐 겁니다.
대국민담화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를 막을 수 있을까요?
지지율 하락 때문에 대국민담화를 하는 건 아니겠지만, 정치공학적으로 따져보면 청와대로서는 지지율 하락세를 모른 척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갤럽이 9일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6%로 부정적 평가인 41%와 5%포인트 이내까지 격차가 좁혀졌습니다.
긍정과 부정평가가 이렇게 비등해진 것은 취임 후 처음입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 40대의 부정평가는 각각 50%와 61%로, 큰 차이가 났습니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를 보면, 안산과 가까운 인천지역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56.9%로 한 달 전 조사의 71.6%와 비해 14.7%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 TV로 생중계된 해경의 무능과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모습이 박 대통령 지지율에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그렇다고 야당의 지지율이 올라간 건 아닙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44%에서 39%로 하락했고, 새정치연합 역시 25%에서 23%로 내려갔습니다.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과 비슷한 연령인 40대와 20~30대를 중심으로 무당파가 크게 늘어난 셈입니다.
분명히 세월호 참사로 민심의 변화가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저마다 해석이 다릅니다.
새누리당은 이런 민심의 변화 밑바닥에는 일부 정치적 세력의 악용도 있다고 보는 듯합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광고가 대표적입니다.
뉴욕타임스 11일 자 19면 전체에 게재된 이 광고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무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밝히라(Bring the Truth to Light)'라는 제목과 '왜 한국인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분노하는가'라는 부제로 돼 있습니다.
특히 광고 내용 중에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중의 논의를 막기 위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잘못된 정보 등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을 벌금이나 체포할 수 있도록 법안까지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광고 비용은 크라우드펀딩업체 인디고고가 모금활동을 벌여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누리당은 이 광고의 배후에는 뭔가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황우여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엄중한 시기에도 정치적 선동과 악용을 깨우는 지적에 국민이 보고 있으니 더욱 자중해야합니다. 심지어 외국에서도 언론을 통해 여러 가지 선동이 이뤄진다는 지적도 나와 우려를 금치 못합니다."
야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자하면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날을 잔뜩 세우고 있습니다.
안철수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 "대통령께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 실종자 가족에 진심으로 용서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과와 대책 발표는 수습 마무리가 아니라 사과는 수습의 시작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혀둡니다."
세월호 참사로 6.4 지방선거 판이 흔들리고 있기에 여야 모두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봅니다.
"한국은 문제가 생기면 정부·대통령 공격하는 것이 관례"라고 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말도, 모 사립대 교수가 "대통령이 세월호 주인인가? 왜 유가족은 청와대에 가서 시위하느냐. 유가족이 무슨 벼슬 딴 것처럼 쌩난리 친다"고 말한 것도 다 이런 맥락일까요?
지나온 역사가 말해주듯, 민심의 흐름은 막고자 해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용하고자 해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정치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민심을 역행하지 않고, 그냥 민심을 따르는 것일 뿐입니다.
지금은 국민이 많이 슬퍼하고 있고, 많이 화가 나 있다는 게 민심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