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사관' 논란에 휩싸였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끝내 자진 사퇴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정부 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게 박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지명된 지 14일 만에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문 후보자의 낙마는 안대희 전 대법관에 연이은 중도하차로,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김용준 전 헌재소장까지 포함하면 모두 3번째다.
문 후보자는 회견에서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분도 그 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들일 수 있는 분도 그 분이시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 드리고 싶었다"며 "그러나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며 사퇴가 불가피했음을 밝혔다.
그는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 운영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며 "또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코자 하는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가 사퇴함으로써 안대희 전 후보자에 이어 총리 후보자 2명이 연쇄 낙마하는 헌정사상 최초의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세월호 참사 후 국정을 수습하려던 박 대통령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정홍원 총리가 지난 4월27일 사의를 표명한 뒤 60일 가까이 이어진 '총리 부재'가 더욱 장기화되면서 국정운영의 동력이 급격히 약화될지 우려된다. 연이은 인사검증 실패에 따른 책임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연이은 인사검증 실패에 따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책임론을 정면으로 혹은 우회적으로 주장하고 나서 정치적 파장도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 당권 주자인 김무성 의원은 문 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관련해 "두번째 총리(후보)가 낙마한 데 대해 그 (인사를) 담당한 분은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 후보자는 후보직을 유지하는 동안 정치권과 언론이 자신에 대해 비판과 사퇴 압박을 가한데 대해 불만을 표현했다.
그는 "이번 저의 일만 해도 대통령께서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며 "그 청문회법은 국회의원님들이 직접 만드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하셨다"며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느냐"라며 정치권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언론에 대해서도 "언론의 생명은 진실보도인데 발언 몇 구절을따내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보도일 뿐"이라며 "그것이 전체의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자는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 의사와 법치라는 2개의 기둥으로 떠받쳐지탱되는 것"이라며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정치가 된다. 여론이란 것은 실체가무엇인가.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다"며 자신이 여론정치의 '희생양'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다만 문 후보자는 "저를 친일과 반민족이라고 한 주장으로 저와 가족은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다"면서도 "뜻밖에 저의 할아버님이 1921년 평북 삭주에서 항일투쟁 중에 순국하신 것이 밝혀져 건국훈장 애국장이 2010년 추서된 것을 알게됐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검증을 해 국민의 판단을 받기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하
새누리당은 당혹감 속에 "국무총리 후보자의 연속 낙마는 그 자체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며, 절차적 민주주의가 지켜져야 한다"고 논평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의 비정상적인 인사를 정상으로 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매경닷컴 속보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