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1주년을 이틀 앞둔 25일 경축 분위기를 잔뜩 끌어올렸다.
각종 매체로 6·25전쟁을 '승리한 전쟁'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며 주민과 군대의 사기를 북돋우고 미국에 대한 적개심 고취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절대로 지울 수 없는 참패의 수치'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과 남한을 "이 세상에 패한 전쟁까지 '이긴 전쟁'으로 둔갑시키는 낯두꺼운 자들"이라며 '패배자'로 규정했다.
이어 1953년 7월27일 판문점에서 당시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이 정전협정에 서명하고 나서 패자의 수치심으로 눈물을 흘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이 '승전일' 지정 놀음을 요란하게 벌려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또 정전협정 기념일을 앞두고 평양시 낙랑구역 남사리지구에 새로 조성된 인민군열사묘에 6·25전쟁 참전자들의 유해 3천427구가 안치됐다고 전했다.
인민군열사묘 건설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작년 11월 평양시내 각지의 인민군열사묘를 한곳으로 합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신문이 소개했다.
앞서 24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이 올해 함경남도의 함흥시, 단천시, 북청군 등에서 6·25전쟁 당시 미군이 투하한 수백 발의 불발탄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이 폭탄들을 "미제의 침략적 본성과 야수적 만행을 폭로하는 불발탄들"이라고 강조했다.
정전협정 체결일을 축하하는 기념행사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4일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 제막식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 고위간부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같은 날 농업근로자들과 농업근로자동맹원의 축하공연도 진행됐으며 북한에 주재하는 외국 무관단은 '조국해방전쟁사적지'를 참관하고 인민무력부가 마련한 영화를 감상했다.
25일에는 평양시 전쟁노병들의 예술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조선중앙방송에 따르면 평양시 전쟁노병 120여 명이 지난달 중순부터 이 공연을 준비했다.
기념일 당일인 27일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평양에서 대규모 중앙보고대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열병식까지 거행한 작년 수준은 아니지만 올해도 기념행사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매체가 최근 '달러 제국' 미국의 운명이 위태롭다고 연일 주장하고 한미군사훈련을 거론하며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것도 정전협정 기념일을 앞둔 반미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정전협정 기념일을 맞아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다만 올해는 정주년('0'이나 '5'로 끝나는 해)이 아니므로 기념행사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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