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수렁에 빠진 여의도가 정치력 부재 속에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여론의 시선이 급속히 박근혜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세월호 블랙홀'이 정국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는 가운데 야권은 "대통령의 결단만이 꽉 막힌 세월호 문제를 풀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서입니다.
여기에다 세월호 유가족의 대통령 면담 요구는 박 대통령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40일간 단식 농성 끝에 병원에 입원한 데다, 유가족 대책위가 청와대 인근에서 철야 농성을 벌이며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있어 여론의 관심이 자연스레 박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세월호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일은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0일 이뤄진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는 세월호법 합의처리를 약속했고, 그 이후 청와대는 국회의 세월호법 논의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 입장이라는게 청와대의 설명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월호법은 여야가 처리할 문제이고, 청와대는 국회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재삼 강조했습니다.
여권 일각에선 야당이 세월호법을 정략적으로 다루다 유가족 반대에 부딪히자 대통령 책임으로 전가하려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는 야권이 세월호 정국에 대통령을 끌어들여 계속 흠집내려 한다는 여권 내부의 수세적 경계론에 터잡고 있습니다.
아울러 야당의 요구와는 별개로 유가족과의 면담 문제에 대해선 대통령 메시지가 줄 수 있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청와대가 "세월호법은 국회의 몫"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바라는 유가족의 한을 대통령이 못풀어줄 이유는 없다"는 여론을 고려해 박 대통령이 직접 유가족을 만나더라도 면담 결과가 유가족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오히려 더 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지도자인 교황이 유족을 만나 위로하는 것과 정치지도자인 대통령이 유족을 면담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여권 내의 항변도 이런 논리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법 표류가 장기화될수록 결국 새누리당을 비롯해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박 대통령의 부담으로 귀착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선후 과정이 어떻게 됐든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진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여권 내부의 우려가 깔려 있습니다.
또 대통령과 여당이 경제 활성화와 민생 우선 메시지로 난국을 돌파하려 하지만, 세월호법을 풀지 않고선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도 있습니다.
세월호법에 발이 묶여 경제활성화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이는 다시 국정 운영의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3일 끝난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박 대통령과 여당이 나서서 유족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세월호법 표류 정국에서 여권이 방어적 태도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현 국면을 타개하자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여야가 세월호법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 수순에 접어든다면 박 대통령도 이를 타개하기 위한 모종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리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법 문제에 관해 언급할지, 만약 언급한다면 어떤 수준이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