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요?
오늘은 북한 노동당 창건 69주년 기념일입니다.
북한의 최대 명절 중 하나로 갖가지 공연과 전시행사가 열립니다.
지도부는 새벽0시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지난해 10월 10일 0시 간부들을 이끌고 태양궁전을 찾은 김정은의 모습입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
- "2013년 10월 10일 0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으시어."
처음 집권한 2012년에도 이 곳을 찾아가 참배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다릅니다.
김정은이 오늘 0시 이곳을 찾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만일 김정은이 태양궁전 참배조차 하지 못했다면, 그의 건강 이상설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사실 북한 당국도 김정은의 몸이 불편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 (지난달 25일)
- "불편하신 몸이시건만 인민을 위한 영도의 길을 불같이 이어가시는 우리 원수님."
관심은 몸이 불편한 게 어느 정도냐 하는 점입니다.
스포츠 정치를 중요시하는 김정은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선전한 북한 대표단 환영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지난 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당 총비서 추대일 기념 중앙보고대회에도 불참했습니다.
▶ 인터뷰 : 김기남 / 북한 노동당 비서(7일)
-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 가장 숭고한 경애와 영원무궁한 영광을 드립니다."
이건 그렇다쳐도, 당 창건일 참배까지 빠진다면 상태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예 거동조차 하지 못하는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병을 앓고 있는 걸까요?
일각에서는 과대망상증이나 정신병적 증세가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근거는 매우 희박합니다.
최근 감짝 방문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김정은이 잘 지내고 있다며 신병이상설을 부인했습니다.
서세평 북한 제네바 대표부 대사 역시 최근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건강이상설을 부인했습니다.
통풍이나 인대가 늘어났다는 설도 있지만, 북한 체재 특성상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정부는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에 매우 신중한 입장입니다.
▶ 인터뷰 : 한민구 / 국방부 장관 (7일)
- "평양 북방에 있는 모처에 있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정보본부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다해서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일 김정은이 오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한다면, 참석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지도 궁금합니다.
황병서, 최룡해라는 쌍두마차에 변화가 있을까요?
북한 조선중앙TV가 어떤 화면을 내보낼지 궁금합니다.
김정은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유엔이 김정은을 반인권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유엔은 이런 북한 인권결의안 초안을 토대로 최종안을 마련해 유엔 산하 관련 위원회와 유엔 총회에서 표결로 채택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최고 지도부를 국제법정에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입니다.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과 친밀한 국가들이 반대하면 초안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북한 당국으로서는 매우 신경이 거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만일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 결의안에 찬성할 경우 남북 관계는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정부로서는 아직 신중한 반응이지만, 결국 표결로 올라온다면 어느 한쪽을 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군에도 얼굴 감춘 이가 있습니다.
육군은 수도권 한 사단의 송 모 사단장을 성추행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송 사단장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지난 8월과 9월 다섯 차례에 걸쳐 자신의 집무실에서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현역 장성이 성추행 혐의로 체포되고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는 창군 이래 처음입니다.
더 기막힌 것은 이번에 성추행을 당한 여자 부사관이 같은 사단의 다른 부대에서도 성추행 피해를 입었던 여군이라는 겁니다.
사단 인사처로 옮겨 사단장 비서가 된 이유도 성추행으로 인한 부대 기피 때문에 전입해 왔던 것이라고 합니다.
사단장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을텐데, 똑같은 짓을 저질러 여부사관에게 더 큰 상처를 줬습니다.
최근 4성 장군인 1군 사령관의 만취행태에 이어 최고 군 지휘관의 상식 밖 행동은 우리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합니다.
오늘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가 열렸지만, 이런 기강해이가 근절될 것으로 보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윤일병 사건에서부터 만취 성추행 사건까지, 군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모습이 40일 가까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