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총리는 부인 고 박영옥 여사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면서 어떤 말을 남겼을까요.
지난 64년 한결같이 남다른 부부애를 지켜온 사연을 최중락 기자가 되돌아봤습니다.
【 기자 】
휠체어를 탄 등굽은 할아버지가 병상에 있는 백발의 할머니를 지긋이 바라봅니다.
힘든 듯 할머니가 눕자 세월이 서려 있는 손을 겹쳐봅니다.
고 박영옥 여사를 간병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불과 몇 달 전 모습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을 이어준 건 박정희 전 대통령.
김 전 총리는 1950년 6·25 전쟁 전에 소령이었던 박 전 대통령의 관사에서 박 여사를 처음 만나 1951년 1.4 후퇴 직후 대구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 인터뷰 : 김종필 / 전 국무총리
- "(대구 중앙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때 심정으로는 빨리 결혼식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홀아비로 죽겠구나…."
이때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강원도 최전방에서 싸우느라 참석하지 못했고, 대신 황소 한 마리를 결혼 선물로 보냈습니다.
부부는 64년간 한 사람만 바라보겠다는 결혼의 약속도 지켰습니다.
김 전 총리는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60년간 한 사람만 바라본 난 멍텅구리라고 말하자 아내가 한 여자만 바라본 게 어디 당신 뿐이냐"며 면박을 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10년 전 중풍으로 쓰러져 현재까지 오른쪽을 사용하지 못하는 김 전 총리
부인이 먼저 떠나갈 것을 예상 못 한 채 고향인 충남 부여에 함께 누울 장소와 묘비까지 적어뒀습니다.
비문에는 "사무사(思無邪 : 생각이 바르므로 사악함이 없다)를 인생의 도리로 삼고" 라는 말로 시작해 "내조의 덕을 베풀어준 영세반려(永世伴侶)와 함께 이곳에 누웠노라"로 끝맺음 했습니다.
국회의원 9선, 정치 9단, 구순의 나이.
김종필 전 총리는 정치계의 거목 옆에서 겪었을 수많은 인고의 세월에 대한 고마움으로 고 박영옥 여사에게 마지막 입맞춤을 하고 곧 따라가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MBN 뉴스 최중락입니다.
영상편집 : 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