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주 한·미연합 군사훈련 종료 후 남북대화 국면 초입에서 ‘대화에 호락호락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샅바싸움을 걸고 있다. 이는 향후 본격적인 대화재개 과정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포석 차원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노동당 외곽단체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소속 대남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등 비공식 매체를 통해서는 강한 어조로 한·미훈련과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며 대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다만 노동신문 등 공식매체에서는 다소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며 우리 측의 대북 입장변화를 요구하는 모양새다.
28일 ‘우리민족끼리’는 ‘분별없는 추태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라는 글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중남미 순방 중 남북대화를 언급한 것을 두고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의 파렴치한 추태이며 흑백전도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군사훈련을 비롯해 북한 인권결의안과 대북전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 등도 거론하며 “실제적으로 대화를 파괴한 자들은 바로 남조선 집권자를 비롯한 괴뢰당국”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다른 이날 다른 게시물에서도 우리 군의 추가적 군사훈련에 대해 “어떻게 하면 동족대결을 극대화하고 북침 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달겠는가 하는 흉심 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이날 북한은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박 대통령에게 전가하며 “대화 타령을 늘어놓으며 횡설수설하고 있지만 거기에 속아 넘어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질없는 입방아 질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노동신문도 남북관계를 주로 다루는 5면 머릿기사로 ‘전쟁연습이 계속되는 한 대화는 있을 수 없다’는 기명 기사를 게재해 오는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훈련 등을 비난했다.
다만 노동신문은 “남조선당국이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할 자세를 보이지 않고있는 조건에서 대화와 협력,관계개선에 대한 기대는 너무 이른 것이다”며 순화된 표현을 썼다. 신문은 “남조선당국은 저들의 무분별한 북침 전쟁책동이 빚어낸 파국적 후과에서 응당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며 “대화 타령을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미가 ‘연례적·방어적’ 성격으로 규정한 연합 군사훈련을 취소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향후 관계개선 과정에서 양측간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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