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격리자가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갈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를 진정시키는데 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갈등을 빚는지 도무지 알길이 없습니다.
이 갈등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오늘 14일로 예정된 미국 방문을 연기했습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성우 / 청와대 홍보수석
- "이번 주가 3차 감염과 메르스 확산의 분수령이라 각 부처와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서늘 다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안전 챙기기 위해 다음 주 방미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터라 청와대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무엇보다 여론이 좋지 못했습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연기 주장이 53.2%, 예정대로 순방이 39.2%로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박 대통령 지지율도 30%대로 떨어진 터라 이런 여론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러웠을 듯합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순방을 연기한 만큼 메르스 사태 진정을 위해 모든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상호 조율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돌려 말하면,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중앙정부와 조율없이 독자적으로 대응하지 말하는 겁니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 박근혜 / 대통령
-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조율 없이 독자적으로 대응을 하게 되면 국민이 더욱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빈틈없는 공조체제를 가동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각 지자체는 메르스 확산 방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가격리자들의 철저한 관리에 각별하게 신경을 써주기를 바랍니다."
어제 국무회의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여했습니다.
혹 박 시장이 들으라고 대통령이 한 말일까요?
박 대통령은 박 시장이 요청했던 전국시도지사회의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박 대통령이 미온적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를 놓고 적절하지 않은 반응이라고 말합니다.
엄밀히 말해 서울시장 제안에 대해 청와대가 답을 꼭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천만 인구를 가진 서울시의 시장인 만큼 청와대가 박 시장의 제안을 아예 무시하는 것도 안될이지만, 그 제안에 일일이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청와대가 미온적이라고 말할 것까지는 아닌 듯합니다.
문제는 서로의 엇박자입니다.
청와대와 중앙정부도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나름의 역할과 일을 하고 있고, 지방정부도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상대방이 하는 일을 못마땅해하는게 문제입니다.
박 시장이나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은 중앙정부와 박 대통령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들이라도 나서겠다는 겁니다.
박 대통령과 중앙정부는 통제에서 벗어나는 지자체장들이 미울 수 밖에 없습니다.
여권일각에서는 서울시의 공무원 시험 강행을 삐딱한 시선에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박 대통령도 방미를 연기한 마당에 박 시장이 13일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강행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특히 자가격리자도 시험을 볼 수 있다는 대목이 논란입니다.
물론 시험장에 나오지 않고, 직접 감독관이 자가 격리자 집을 방문한다고 하지만 시험의 공정성도 논란이거니와 추가 감염 가능성까지 대두될 수 있어 논란입니다.
박 시장은 왜 시험을 강행하려 할까요?
공무원 시험을 연기하면 수험생도 그렇고, 업무에도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또 시험까지 연기하면 메르스 공포심을 더 키우는 역효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험을 강행하려 할까요?
그런 이유라면 박 대통령 역시 방미를 예정대로 가야 하는 건 아닐까요?
박 시장은 그동안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차라리 낫다고 말해온 터라 더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13만 명이 응시하는 각 시험장에서 혹여 메르스 확산이 확인되면 정말 큰 일이니까요.
박 대통령의 방미를 연기하라고 했던 야권이 박 시장의 시험 강행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할 지 궁금합니다.
물론 공무원 시험은 박 시장이 국내에 있으나 없으나 아무 관계는 없습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를 진두지휘할 대통령이 국내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박 대통령의 순방 연기와 박 시장의 시험 강행은 묘한 대비 양상을 낳고 있습니다.
이 대비의 근간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긴장이 있고, 현직 대통령과 천만 서울시장의 긴장이 자리합니다.
메르스라는 국가적 재난을 앞에 두고 이런 삐걱거림이 소리를 낸다면 박 대통령이 말한 조율과 협조는 요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나의 국민을 놓고 두 정부가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볼썽사나운 모습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