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올 들어 이어지는 수출부진과 돌발적으로 나타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 등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악재를 극복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메르스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는 성과를 조기에 확산시킬 수 있는 관광, 벤처, 건축 분야의 투자 활성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5조원 이상의 투자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르스發 투자심리 냉각…이른 성과 노린다
최근 설비·건설투자 증가율은 생산·수출 둔화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설비투자 증가율은 둔화했고 건설투자는 감소했다. 기업의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6월 지표도 악화했다.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메르스로 투자 심리가 한층 냉각될 조짐을 보인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메르스로 투자 심리가 악화된 분야를 지원하면서 이른 시기에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관광, 벤처, 건축 분야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빠른 성과로 투자 심리가 냉각되는 현상이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미 발표된 투자 대책의 차질없는 추진과 함께 관광, 벤처, 건축 등 기반이 마련된 분야를 중심으로 한 단계 높은 성과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관광콘텐츠 질적 개선…노후건물은 리뉴얼 촉진
정부는 관광, 벤처, 건축의 투자활성화를 유도하면서 관계기관 간 협의 지연, 규제 등으로 현장에서 대기 중인 5건의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했다.
현장 대기 프로젝트는 새만금 지역내 태양광시설 투자,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등이다.
이들 프로젝트와 관련해선 관계 부처간 협의를 통해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는 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업이 지속적으로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관광 분야에 대해서는 메르스 피해를 극복하면서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질적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외국 관광객들은 쇼핑 이외에는 할 게 없다며 콘텐츠 부족을 한국 관광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정부는 우선 관광산업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외국인 관광객 방한 촉진 행사를 7월부터 8월까지 전방위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K-팝 친화적 공연장으로 리모델링하고 특허 요건을 개선해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 맞게 면세점 신규 설치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쇼핑업계와 여행사 간 수수료 가이드라인 설정 등 단체관광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산악관광 활성화 등 다양한 관광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적, 연령, 취향 등에 따른 그룹별 맞춤형 관광 콘텐츠도 개발하기로 했다.
벤처 대책은 성장과 회수라는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방안을 담았다.
벤처 기업 투자가는 투자를 제대로 회수할 수 있고 벤처 기업은 활발한 투자를 바탕으로 창업 3∼7년에 맞는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를 극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창업·글로벌 진출·지역 특화사업의 거점으로 육성하고 스톡옵션 활성화, 창업자 연대보증 면제 확대 등으로 우수 인력 유치와 양질의 기술창업을 촉진하도록 했다.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펀드지분거래를 통해 벤처캐피털의 성공적인 투자자금 회수를 확대하고 엔젤투자·민간자금의 벤처 유입 촉진, 벤처캐피털의 모험자본 확대 등 민간자금 중심으로 벤처 자금 생태계를 바꾸기로 했다.
건축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를 통해 노후 건축물의 리뉴얼(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촉진하기로 했다
노후건축물이 밀집된 지역 내 복수의 대지를 하나의 대지로 간주해 대지간 용적률 결합을 허용하는 결합건축제도 도입, 공공건축물 리뉴얼 등으로 건축 투자를 활성하겠다는 계획이다.
◇ 5조원+α 효과 나올까
정부가 이번 대책으로 기대하는 투자효과는 5조원 이상이다.
구체적으로는 5개 현장대기 프로젝트 지원으로 1조2000억원, 노후건축물 정비촉진 등 건축투자 활성화로 4조4000억원(2016∼2017년)이다. 관광·벤처·건축의 제도 개선에 따른 간접적인 투자 효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관광 대책은 메르스로 타격을 받은 서비스업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벤처·창업 대책은 실물 경기와 금융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건축 대책은 거래 활성화에 이은 실질적인 투자 확대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
건축이 경기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이들 대책이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되면 경제 주체들의 투자심리 회복이라는 큰 성과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 전문가들 “선택과 집중 전략 필요”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백화점식’으로 여러 정책을 나열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현재 상황이 너무 안 좋다. 심장이 멎으려는 사람에게는 심장을 계속 뛰게 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여건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지금과 같은 전방위 대책을 계속해서 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여러가지 정책을 한꺼번에 내놓기보다는 큰 흐름을 제시하고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관광 대책의 경우 K-팝과 면세점 활성화 등에 집중해 있는 듯한데 예술분야를 육성해 국민의 문화 소양도 높이고 산업으로 발전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 등 내수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수도권 관련 규제를 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현장 대기 프르젝트 지원을 통해서 정부가 기대한 1조2천억원의 효과가 실현될 것으로 보이지만 건축투자 활성화 방안의 효과는 지연될
이 실장은 “정부가 그동안 7차례나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어떤 결실을 거뒀는지 판단해봐야 할 시점이 됐다”며 “외부의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더 좋은 대책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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