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5일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야당은 롯데그룹을 겨냥한 해외법인 상호출자 규제 법안도 추진할 태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롯데그룹 사태를 계기로 정부·여당의 ‘노동개혁’에 맞서 ‘재벌개혁’을 당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재벌 기업의 가족 간 다툼이 볼썽 사납다”며 “재벌 경제 체계가 더이상 경제 성장 원동력이 아니라 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이어 “재벌 기업의 전근대적인 소유구조가 문제”라며 “재벌개혁 없는 노동개혁은 반개혁”이라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재벌개혁을 위한 경제민주화 시즌2’ 토론회를 주최해 재벌 지배구조와 정경유착 문제를 논의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재벌개혁 대선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 경제가 구조적 위기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처방은 경제민주화”라고 강조했다. ‘삼성 저격수’로 꼽히는 박영선 의원이 발제자로 나서며 당의 재벌개혁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새누리당은 향후 대책을 고심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만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기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미미한 지분으로 순환출자를 통해 마치 개인회사처럼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경제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공정거래법을 개정한지 2년이 지난 만큼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의 노동개혁 물타기 시도가 우려된다”며 야당의 전선확대 움직임을 견제했다.
롯데그룹을 정조준한 ‘롯데 해외법인법’도 곧 발의된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9월 정기국회 직전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국내법인에만 적용되는 상호출자 규제를 해외법인까지 확대하는 것이 법안 취지다. 이같은 제재수단이 구체화된 것은 처음이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기업이기 때문에 현행 국내법으로 제재할 수 없다. 현재 롯데그룹 상호출자 고리에 있는 회사는 국내 상호출자 법인 459개 가운데 90.6%인 416개다.
신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공정거래법 9조와 시행령 17조는 상호출자 제한을 국내 기업만 포함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손보게 될 것”이라며 “이번 가을에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한다”고 했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상호출자 규제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행위 등을 공정위가 파악해 공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해외법인까지 제재할 수단이 없어 ‘롯데 해외법인법’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롯데 해외법인법’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새누리당
[김강래 기자 / 오신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