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지난달 25일 판문점 고위급 접촉에서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한 당국회담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다음달 10일 이전에는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우려되는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선뜻 당국 회담 제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한도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빌미로 ‘8·25 합의’ 이행의 첫 단추로 꼽히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마저 위협하고 나서 남북관계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독일 통일 25주년 기념행사’에 정부대표로 참석한다. 이를 위해 홍 장관은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해 벨기에와 독일을 방문한 뒤 다음달 6일 귀국한다.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8·25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 중 한 명인 홍 장관이 일주일이나 국외 출장을 떠나는 것으로 볼 때 다음달 10일 이전 당국 회담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홍 장관의 국외출장 기간에 당국 회담이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음달 10일 이전 당국 회담 가능성을 낮게 봤다.
특히 얽히고설킨 남북관계 현안을 풀 장관급 당국 회담을 하려면 사전에 예비접촉 혹은 실무접촉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다음달 10일 이전 장관급 당국 회담은 열흘 남짓 남은 기간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계기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전략적 도발 가능성 때문에 당국 회담 제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북한도 노동절 창건 70주년 기념행사 준비에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어 당국 회담은 물론 민간 교류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8·25 합의 첫 단추로 남과 북이 지난 7~8일 판문점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합의한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행사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전날 대변인 담화에서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극악한 대결망동’이라고 비난하고 이산가족 상봉이 살얼음장 같은 위태로운 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위협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을 비판하고 핵무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개혁과 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의 길로 나설 것을 촉구한 것에 대해 북측은 이산상봉 행사 위협으로 답변한 것이다.
북측이 최근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연계해 대북전단과 북한인권법을 비난한 적은 있지만,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무산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지난 적십자 실무접촉 이후 처음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대한 이러한 북측의 반응은 실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무산시키려는 포석이라기보다는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노동창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여부는 남북관계의 흐름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북한은 최근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수차례 시사했지만, 실제 발사 준비에 돌입했다는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다음달 10일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려면 평양 인근 병기공장에서 동창리 발
이에 따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더라도 10월 10일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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