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에게 국정감사는 특별한 경험이다. 지난 해 7월 재보궐 선거에 당선돼 초선으로 국회에 입성하기 전까지 그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국감을 비롯한 각종 실무를 담당했다. 1년 반 남짓 사이에 의원을 위해 각종 국감 자료를 준비하던 입장에서 직접 정부를 향해 질문을 던지는 의원이 된 그는 누구보다 현행 국정감사 제도가 지니는 문제점을 뼈저리게 체감한다고 전했다.
7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유 의원은 “‘보여주기식’·‘정쟁유발식’의 ‘구태’ 국감 양상이 매년 재현되는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제도적 한계가 있다”며 “여야 모두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대안을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현행 국감 제도가 필연적으로 온갖 비효율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각 상임위원회의 고작 20명 남짓한 의원들이 수십, 수백 개의 기관과 부처가 지난 1년 간 해온 일들을 ‘원샷 원킬’로 담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도적으로 국정감사라는 행위를 특정한 기간에 몰아서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감 당일 각 의원들에게 배분된 공식 질의 시간은 총 합해 고작 20분 남짓. 그는 “극도로 제한된 시간 안에 질의를 하려다 보니 의원들 간의 실력 차이도 두드러지지 않을 뿐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제대로 된 정책적 대안 보다는 ‘튀기 위한’ 자극적 언행을 하고 싶은 유혹이 따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국감장에서 증인 출석한 경찰청장에게 권총 시연을 주문하거나 우스꽝스러운 성형기구를 보좌진에게 착용하게 하고, 기타 증인들에게 답할 기회도 안 준 채 호통만 치는 등의 모습이 재현되는 것이 이 때문이라는 것.
국감장이 매번 여야 의원들 간의 정쟁의 장이 되는 것도 같은 이유로 분석했다. 국정 이슈에 대한 진지한 대안을 도출하기 보다는 제한된 시간 안에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방안을 찾으려다 보니 여야 간 갈등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증인출석으로 관심이 쏠린 지난 달 17일 정무위 국감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일부 야당 의원들을 언급하며 “신 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건 맞으나 범법 행위를 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무조건 증인으로 채택해 ‘국민적 감정을 시원하게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정무위는 앞서 신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간 고성과 막말이 잇따르는 등 한바탕 소동을 겪은 바 있다.
유 의원은 대안으로 ‘상시 국정감사’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과 국민들이 국감을 매년 9월에 열리는 ‘특별한 이벤트’로 생각하는 게 잘못됐다며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의 일상 업무일 뿐인 만큼 이를 1년 365일 내내 언제든 필요할 때 상임위를 열어 관련 기관에 대해 충분히 질의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감 실무를 준비해본 입장에서 볼때 “의원실의 보좌진 4~5명이 수많은 부처의 방대한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는 건 불가능한 만큼 감사원의 기능이 국회로 와서 정부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을 돕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주도적으로 제안한 ‘증인신청실명제’ 역시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경험상 국감 증인 출석 여부를 두고 기업 관계자들과 부적절한 ‘딜’을 하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며 증인을 누가 신청했고, 대상에서 빠졌다면 그 이유 역시 명시해 무차별적인 증인신청과 로비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자신의 국감 활동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유 의원은 단호한 어조로 “썩 만족하지 못한다”고 했다. 재보선으로 당선된 뒤 중앙당직도 맡고 지역구 관리에도 적응하느라 국감에서 충분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그는 “요리로 치면, 재료의 특성과 서브하는 고객에 대한 생각을 충분히 못한 채 그냥 레시피대로만 한 느낌”이라며 “내년에 재선이 된다면 (현재 소속돼있는) 정무위원회를 다시 맡아 전문성을 갖고 국감에 더 충실히 임해보고 싶다”고
1971년 평택 출신인 유 의원은 이한동 전 의원의 보좌진으로 국회와 첫 인연을 맺었다. 19대 국회에서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해 7.30재보선에서 평택을 지역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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