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 의원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20대 총선 국회 입성을 위해 야당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불철주야 지역을 누비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전국적 지도자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출마 선언 전까지는 김부겸 전 의원의 대구 수성갑에서 ‘이제는 당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졌었다. 그러나 김문수 전 지사가 맹렬한 추격전을 펼치면서 김부겸 전 의원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에 김부겸 전 의원은 보폭을 넓히며 ‘전국 행보’를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6일 저서‘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를 출간할 예정이다. 22일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위원장과 함께 ‘부산 북콘서트’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30일에는 ‘서울 북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음달 13일에는 대구에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김 전 의원이 부산·대구·서울을 행사 장소로 선택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남 후보 필승론’이 떠오른다. 그가 내년 총선 승리 후 대권 가도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박영선·민병두 의원, 송영길 전 인천시장 등이 참여하는 ‘통합행동’에도 이름을 올렸다. 박영선 의원이 주장하는 천정배, 정동영, 박준영, 김민석을 포괄하는 ‘통합 조기 전대론’에 그가 찬성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최소한 친노와 비노로 포괄되지 않는 ‘제3지대’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그의 노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최근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그룹을 만들고 싶다”, “야권 신당 세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구를 대표하는 대선주자는 김문수가 아니라 유승민이다”등의 발언을 남겼다. 발언 하나하나가 메가톤급 후폭풍을 내재하고 있는 폭발력 있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발언을 통해 ▲천정배 의원 등 호남 신당과 영남 중도 보수 세력을 아우르는 중도개혁 신당 창당 또는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부겸 전 의원의 ‘무소속 연대’로 대구에서‘새누리당 대 개혁보수’의 구도 형성 등의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현재까지 그의 행보를 볼 때 전자보다는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현 상황에서 전국적인 ‘판갈이’를 시도하기 보다는‘대구 대첩’에 방점에 찍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저서에서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던 시절 대북송금 특검에 유일하게 반대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소신을 갖고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같이 가는 이미지로 ‘야당 정치인 김부겸’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면서도 일련의 개혁적이고 소신있는 발언을 통해 ‘박근혜 이후의 대구 정치’를 동시에 준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구 정가에서는 “김부겸과 유승민의 연대가 현실화되면 그 폭발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만약 김 전 의원이 대구 당선에 성공한다 해도 또다른 복병이 남아있다. 바로 손학규 전 대표와의 관계설정이다. 만약 김 전 의원이 대구 당선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총선에서 패배하면 ‘손학규 구원등판론’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김 전 의원은 과거 손학규계의 대표적 2인자로 통했으며 지금도 관계가 나쁘지 않다. 손 전 대표는 호남·수도권, 김
그가 손학규 전 대표를 뛰어넘어 독자적인 대권행보를 할 수 있을지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총선 성적표, 이후 당내 상황 등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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