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밝힌 김영삼 전대통령의 최종 사인은 패혈증(敗血症)과 급성 심부전(急性 心不全)이었다.
패혈증은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에서 폐렴균이나 독소가 혈관을 타고 돌면서 온몸에 심한 중독 증상이나 급성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 균이 몸 전체에 퍼져 전신성 염증이 나타난 것으로 보면 된다. 패혈증은 생명과 직결되는 폐나 간, 신장 중에 두 곳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다발성 장기부전이나 심부전 등을 일으키면서 생명을 앗아가게 된다. 패혈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은 폐렴이다.
급성심부전은 글자 그대로 갑작스럽게 심장의 펌프기능이 떨어지는 증상으로 패혈증에 의한 합병증 중 하나로 꼽힌다. 폐에서 심장으로 가는 혈관에서 정체가 일어나 양쪽 폐에 물이 급속히 차게 되는 폐부종(肺浮腫) 또는 폐수종(肺水腫)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사망에 이르게 된다. 급성심부전은 부정맥(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뜀)이 있거나 만성 심부전(심장이 우리 몸에 필요한 혈액을 충분히 펌프질하지 못함)환자가 심장 부하의 급격한 증가를 견딜 수 없을 때도 발생한다. 또한 심근경색증이나 심장 판막의 급성염증(감염성 심내막염), 폐동맥이 막힌 경우(폐색전증)도 급성심부전이 나타난다.
서울대병원 측은 “폐렴, 뇌졸중, 협심증 등 노년기에 접어든 김 전 대통령을 꾸준히 괴롭혀온 여러 기저질환이 합병증으로 악화되면서 혈액감염을 일으켰고, 이것이 결국 심장의 펌프 기능을 떨어뜨리는 급성심부전을 동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는 말을 남길 만큼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대통령 시절 해외 순방을 가더라도 조깅을 빼먹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꾸준히 조깅과 배드민턴을 즐기며 건강을 과시했다.
이런 김 전 대통령 건강에 처음 이상신호가 찾아온 것은 2008년이었다. 2008년 7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늑막 내부에 혈액이 고이는 ‘혈흉’으로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2009년에는 뇌혈관이 막혀 있는 뇌경색(뇌졸중) 진단을 받았고 이후 뇌졸중과 협심증, 폐렴 등으로 여러차례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2013년 4월에는 장기입원이 필요할 만큼 건강이 악화됐다. 중증 뇌졸중과 폐렴이 겹치면서 거동이 불편해진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입원 1년6개월만인 지난해 10월 퇴원했다.
올 1월 차남인 김현철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직 건강이 완전치 않으시지만 아버지는 어머니 볼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고열로 다시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고 상태가 악화해 21일 오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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