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시민단체, 석학 등 대한민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긴 ‘통합’과 ‘화합’이라는 화두에 대해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과제를 제기했다”고 입을 모았다. ‘양김 시대’가 저무는 상황에서 ‘포스트 양김’시대의 비전과 화두를 제시하는 새로운 정치문화가 시급하다는 의미다.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23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여야간에 화합과 일치를 이루어낸 시대를 앞서가는 지도자였다”며 “평생동안 추구한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를 우리 세대가 이어받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화합과 통합’이라는 메시지로 대한민국이 한단계 도약하기 위한 길을 제시해주셨으니 이는 우리 국민 모두의 숙제가 됐다”고 전했다. 동교동계 원로인 이훈평 전 의원도 “일선에서 정치를 하다보면 화해와 통합을 추구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쉬운 일이었다면 김 전 대통령이 유훈으로 남기지 않았을 만큼 여야 정치권이 각별히 신경쓰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1월 4일 광화문 민중총궐기와 국정교과서, 노동개혁 등으로 국민이 사분오열된 상황에서 ‘화합’하라는 김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가 간단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최근 광화문 시위처럼 극단으로 치닫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있다”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유언을 깊이 새겨 중요한 사건이 있으면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철 소망교회 담임목사도 “국정교과서와 노동개혁 등 다양한 이슈에서 우리 사회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면서 “이분법은 대단히 위험한 논리이며 김 전 대통령의 유훈을 존중해 극단보다 대화와 토론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화합’과 ‘통합’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진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한국 정치의 분열상을 봤을 때 이정도 만큼의 경제 성장을 일군 것만 해도 기적에 가깝다”면서 “그러나 분열과 반목을 그대로 두고는 앞으로의 경제성장은 더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준엄한 경고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유훈대로 통합과 화합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할 때만 앞으로 성장과 번영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스스로 남긴 ‘지역주의’와 ‘계파주의’라는 한계를 후배들이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정치를 추구하라는 메시지라는 지적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대 장점은 통찰력이었다”면서 “자신의 시대에서 잉태된 과제이지만 앞으로 정치권이 꼭 풀어야 할 숙제로 통합과 화합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결국 ‘화합’과 ‘통합’은 정치권의 내려놓기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생전 ‘양김 분열’등으로 통합과 화합을 보여주지 못한 적도 있었던 만큼 회한이 담겨있는 유훈”이라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내려놓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행동할 때 통합과 화합은 저절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선거에만 매몰되는 정치권의 행태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의 정치권은 너무 단기적인 선거에만 매몰된 근시안적인 경쟁만 벌이고 있다”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몸소 보여준 대로 큰 그림으로 사안을 보고 경쟁과 협력을 해 나가야 진정한 ‘화합’과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보다 인간적인 면모가 강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영삼 대통령 전 대통령은 평생 라이벌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서거 직전 만나 화해하면서 자신의 유훈을 몸소 실천했다”면서 “이같은 김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도 여야 정치권이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간적 면에서 상당히 친화력이 있었다”
[이향휘 기자 / 박승철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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