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안철수 혁신안 수용…연일 '승부수'로 관계회복 나섰다

문재인, 안철수 혁신안 수용…연일 '승부수'로 관계회복 나섰다

↑ 문재인 안철수 혁신안 수용/사진=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제안한 10대 혁신안의 전폭 수용을 고리로 안 전 대표와의 관계회복 및 인적 쇄신에 나섰습니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전 대표의 당 부정부패 척결, 낡은 진보 청산 등 10대 혁신안을 당헌·당규에 반영토록 하자는 의결을 주도했습니다.

안 전 대표의 혁신안대로라면 현재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에 계류중이거나 막말 등으로 인해 징계를 받은 현역 의원들의 공천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 대표로선 일종의 모험을 건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큰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뜻입니다.

문 대표의 결정은 전날 안 전 대표의 '혁신 전당대회' 요구를 거부한 상황에서 인적쇄신을 포함한 혁신을 고리로 안 전 대표와의 거리좁히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혁신전대 거부 이후 안 전 대표의 탈당설까지 심심찮게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안 전 대표를 달래면서 서로 협력할 명분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 아니냐는 것입니다. 안 전 대표의 탈당 명분 차단용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한 비주류의 문제제기를 공천요구나 구태행위로 간주해온 문 대표 입장에서는 당의 기강 확립을 내걸고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인적 쇄신의 기치를 올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도 받아들여집니다.

문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혁신위가 만든 혁신안,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 또한 우리 당에 필요한 더 근본적 혁신들을 제 책임으로 해가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안 전 대표의 반응은 즉각 알려지고 있지 않지만 주변의 반응은 부정적입니다.

안 전 대표가 지난 9월부터 줄기차게 혁신안 반영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문 대표가 뒤늦게 화답한 것은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안 전 대표 측은 안 전 대표의 혁신 전대 제안을 문 대표가 거부함으로써 사실상 결별의 수순에 접어든 상태인데 때늦은 화답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반응도 내놓고 있습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부패 척결과 같은 지극히 원론적인 것을 반영한다고 해서 국민이 관심을 갖겠느냐"며 "범죄자와 부도덕한 인사들을 비호했던 당인데 이제와서 쫓아내고 처벌한다고 국민이 감동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전대가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안 전 대표는 이제는 총선 비전을 만들려면 10대 혁신안으로도 부족하고 혁신전대가 필요하다는 상황까지 와 있다"며 "지금은 10대 혁신안보다 더 나아간 특단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주류는 혁신전대 무산과 문 대표의 대표직 유지 입장이 나오자 거세게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주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가 명분을 잃은 메시지를 던져 오히려 당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다음주 월요일부터 당직을 갖고 있는 비주류부터 당무를 거부하거나 사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비주류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해 최고위원직 사퇴를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당무감사 거부로 징계 심사 대상에 오른 황주홍 의원은 "문 대표는 선거 때마다 지고서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문 대표를 윤리심판원에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황 의원과 같은 사유로 징계심사를 받게 된 유성엽 의원도 문 대표를 향해 "참으로 심각한 인식이고 언행이다. 통합을 저해하는 편가르기이자 반민주적인 폭력적 주문"이라며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주류, 비주류 사이에서 중재를 자처해온 중진들도 양측의 갈등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태라 타협점을 모색하기 쉽지 않아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입니다.

중진들은 문안이 동의하는 비대위를 꾸린 뒤 통합전당대회를 개최하는 방안, 문안이 참여하는 비대위 구성 등을 심도있게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중진들끼리 모여 머리를 맞대겠지만 뾰족한 답이 없어 골치가 아프다"며 "일단 냉각기가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습니다.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은 "문 안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조정을 하고 필요하면 압박도 할 것"이라며 "이 당은 전체 당원의 당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국민이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