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17일만에 만난 안철수에 “신당 작업 잘 돼 갑니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30일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4주기 추모행사에서 ‘어색한’ 조우를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13일 새벽 문 대표가 안 의원의 집을 찾아 탈당을 만류한 이후 17일만에 처음이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은 서울 도봉구 창동성당에서 열린 추모행사 시작 직전 대기실에서 5분가량 자리를 함께했다. 그러나 대화 사이사이 냉랭한 침묵이 끊이질 않았다.
안 의원은 대기실에 입장해 먼저 도착한 문 대표와 악수를 나눈 후 “지역구하고 가까운 편”이라는 말로 인사말을 갈음했다. 문대표는 “바쁜 시기인데 잊지 않고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후 한동안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문 대표는 배석한 문희상·이인영 의원과 얘기를 하는 데 집중했다. 오히려 이 의원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 안 의원의 헤어스타일 변화로 화제를 돌렸다.
그러나 문 대표가 ‘신당’ 얘기를 꺼내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여졌다. 문 대표가 “신당 작업은 잘 돼 갑니까”라고 묻자 안 대표는 “연말 연시가 없을 것 같다”며 “시간이 촉박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 대표는 이어 “총선 시기에 맞추려면 시간이 별로 없다”고 했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은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잠재우지 못했다.
두 사람은 이후 미사장으로 이동했는데, 자리 선택이 둘의 멀어진 관계를 대변했다. 문 대표는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앞쪽 두 번째 열에 자리를 잡았지만 안 의원은 문 대표와 거리를 유지하며 네 번째 줄에 앉았다. 이인영 의원이 “앞쪽으로 가시죠”라고 부탁했지만 안 의원은 “아무래도 같이 찍히는 게 좀...성당에서는 다 편한 위치에 앉는다”며 자리를 지켰다. 문 대표는 안 의원의 자리 위치를 슬쩍 쳐다보기도 했다. 안 의원은 추모식 후 기자들과 만나 “저보다 이인영 의원이 앞쪽에 앉으시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행사 후 안 의원과의 조우에 대해 “어색할수도 있지만 어떻게 하겠나”라며 “앞으로 좋은 경쟁을 하며 언젠가는 합치기도 해야되니 길게 보면 같이 갈 사이다”라고 말했다. 또 문 대표는 이날 추도사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김근태 선배님이 우리에게 남긴 말이다”라며 “그러나 우리는 지금도 이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이 추진중인 신당은 다음달 1일부터 당명 공모를 실시할 계획이다. 창당 작업에 동참하고 있는 문병호 무소속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당명에 ‘새정치’가 들어가는 것에 반대한다”며 “‘새정치’라는 이름도 많이 회자가 돼 진부한 면이 있다”고 했다.
[김강래 기자 / 노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