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3선 조경태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이틀 만인 지난 21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으로 이적 소식을 발표했다. 이는 13년 만에 야당 의원이 여당으로 이동한 사건이다. 조 의원 외에도 여에서 야, 또는 반대로 당적을 옮긴 사례는 우리 정치 역사에서 빈번하게 있다. 그중 당적 이동이 잦은 정치인들은 소위 ‘철새 정치인’이라 불린다.
■ 13번의 당적 변경, 불사조 이인제
‘이적’ 정치인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이인제다. 이인제 의원이 거쳐간 당적은 무려 13개. 무소속을 포함하면 14번이나 자리를 옮겼다.
이 의원은 1988년 통일민주당 소속으로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나 1993년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에 합류했다.
그는 1997년 대선 이후 본격적으로 당을 옮겨다니기 시작했다. 1997년 대선 당시 이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하자 민자당을 탈당, 국민신당을 창당해서 대선에 출마했다. 대선에서 패한 뒤 갈 곳이 없어지자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한 이 의원은 2002년 대선 당내 경선에 출마해 노무현 당시 후보와 맞붙었으나 중도에 외압의혹을 제기하며 사퇴, 탈당까지 감행했다.
이후 자유민주연합에 입당해 17대 국회의원 뱃지를 단 이인제 의원은 국민중심당을 거쳐 다시 민주당에 입당했으나 공천에 탈락하자 탈당 후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그는 2011년 자유선진당에 입당했으나, 자유선진당이 새누리당과 합당하면서 현재는 새누리당 최고위원이다.
10번 넘게 당적을 바꿨지만 그는 6선에 성공했다. 이런 그를 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철새가 아니라 불사조(不死鳥)”라 했을 정도다.
■대선위해 탈당했지만 출마못한 손학규
손학규 전 의원도 정치생활 내내 ‘철새’ 논란에 시달렸다. 손 전 의원은 1993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1996년에는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 같은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러던 2000년 돌연 한나라당 소속으로 3선의원이 됐고,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에 참여했다.
대선을 염두에 두고 한나라당 탈당을 감행했지만, 정작 대선에 나서지는 못했다. 2007년 정동영 전 의원, 2012년 문재인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모두 패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재·보선에서 낙마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 이부영과 ‘독수리 5형제’
13년 전 야당에서 여당으로 이동한 이부영 이우재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 의원을 두고 ‘독수리 5형제’라 부른다. 2000년, 한나라당 원내총무를 역임한 이부영 전 의원이 부총재를 지냈을 때, 6·15 남북 공동선언에 대해 당론과 달리 찬성 소신을 밝혔다. 이에 당내에서는 ‘나가라’는 압박을 가했다. 이부영 의원을 주축으로 한 5명의 의원들은 2003년 7월 한나라당을 탈당, 같은 해 11월 여당인 열린우리당 창당 멤버로 참여했다.
이부영 전 의원은 2004년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냈지만 19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 이동은 있지만 노선은 하나? 정동영
정 전 의원은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1996년 15대 총선에서 전북 전주 덕진지역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이후 대변인을 거쳐 2007년에는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섰지만 낙선했다. 이듬해 총선에서는 서울 동작을에 나섰다가 정몽준 전 의원에게 패했고, 2009년 재·보선 때 당시 민주당이 그의 출마를 반대하자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주 덕진에서 다시 당선됐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강남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그는 ‘철새’라는 지적에 대해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동한 것은 맞다. 그러나 정치인 노선에서 철새였는지 말해 봐라. (나는) 하나의 노선을 가는 정치인, 약자와 서민을 지키는 노선을 가는 정치인”이라고 주장했다.
■ ‘이회창 대세론’ 한나라당 입당파
‘이회창 대세론’이 불던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원길 박상규 원유철 이근진 강성구 김윤식 전용학 의원 등 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함석재 이완구 이재선 이양희 등
이후 2004년 검찰은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기긴 뒤 이적료 형식으로 2억씩 받은 혐의가 있다며 입당파 중 9명(강성구, 김원길, 전용학, 원유철, 이근진, 이양희, 이재선, 이완구, 김윤식)을 소환 조사했으나 약식 기소 혹은 무혐의 처분으로 사건이 일단락됐다.
[디지털뉴스국 이정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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