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더민주 문재인, 대표직 사퇴…"낙엽 떨어져야 새 잎 돋는다"
↑ 더민주 문재인/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27일 더민주 문재인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고 평당원의 신분으로 돌아감에 따라 더민주는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의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습니다.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후 353일만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문 대표은 이날 마지막으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혁신과 새정치를 말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참으로 고통스러웠다. 우리 당에 많은 상처가 생겼고, 갈등과 분열이 생겼다"며 "송구스러운 것은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국민에게 많은 걱정과 실망을 안겨드린 것이다.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고 자세를 낮췄습니다.
이어 비대위 출범을 알리며 "혁신 실천과 훌륭한 분들을 영입하는 가운데 대표직을 내려놓게 돼 그나마 다행이다. 백의종군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성원과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문 대표는 "감회가 많다. 어렵고 힘든 시간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변화와 혁신을 간절히 염원하는 국민과 당원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당의 목표는 집권이다. 우리의 정치지형과 환경 속에서 우리 당이 이기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며 "무늬만 혁신이 아니라 사람과 제도 문화를 모두 바꾸는 진짜 혁신 없이는 총선승리도, 정권교체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초 문 대표는 4·13 총선까지 당을 진두지휘할 예정이었지만 당이 위기에 처하자 대표직을 내려놓으며 김종인 위원장을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했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커 "문 대표 얼굴만으로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당내 여론을 수용한 것입니다.
이후 이날 오후 4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낙엽이 떨어져야 새 잎이 돋고 꽃이 피는 법입니다. 저의 퇴진이 우리 당의 변화와 발전과 진보의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당을 잘 부탁합니다"는 글과 함께 대표직 사퇴의 심경을 전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습니다.
▶다음은 문재인 前 대표가 올린 글의 전문입니다.
당을 잘 부탁합니다.
저는 오늘 평당원으로 돌아갑니다. 당 대표로서의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제겐 큰 영광이었고, 고통이었습니다.
영일(寧日)이 없는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단 하루도 대표직에 연연한 적이 없는데, 오해도 많았습니다. 마음 같아선 다 놓을까, 다 던질까 생각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사퇴문을 준비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 대표에 출마하며 내세웠던 원칙과 약속을 마지막까지 지키기 위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책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온갖 흔들기 속에서도 혁신의 원칙을 지켰고, 실천했습니다. 계파공천과 밀실 공천을 원천적으로 막는 공정한 공천 절차를 마련했습니다. 공천권도 국민에게 돌려드렸습니다. 인재영입을 통한 변화의 큰 물결도 시작됐습니다. 국민과 당원, 지지자들께 조금이라도 덜 미안한 마음으로 물러날 수 있게 됐습니다. 미처 못 다한 일은 새 지도부에 무거운 짐을 넘깁니다.
김종인 위원장을 중심으로 새로 꾸려진 비대위, 선대위가 총선승리의 강력한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국민들과 당원들이 많이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백의종군하며 도리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특별하게 당부 드립니다. 당의 질서와 기강, 민주적 리더십의 확립이 중요합니다. 제가 겪었던 참담한 일들이 또다시 되풀이 되어선 안됩니다. 만약 그런 일이 지도부를 향해 또다시 벌어진다면, 제가 가장 먼저 나서서 새 지도부에 전폭적인 신뢰와 힘을 실어드릴 것입니다. 우리는 분열주의와 맞서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로 뭉치고 서로 존중해야만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가 가능합니다.
대표를 하는 동안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호남 의원들의 탈당과 분열이었습니다. 우리 당의 심장인 호남 유권자들의 실망과 좌절이었습니다. 쓰라린 마음으로 사과드립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다 저의 책임이고 제가 부족해 그렇게 된 것이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노여움을 풀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드립니다. 제가 그만두는 것으로 미움을 거둬주시고 부디 한 번 더 우리당에 기대를 가져주십시오. 무작정 지지해 달라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우리당의 변화를 지켜봐 주십시오. 달라졌다고, 노력한다고 인정되면 다시 지지를 보내주십시오.
이미 우리 당에서 기적 같은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새로운 인물들이 우리 당의 놀라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뉴파티,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10만이 넘는 온라인 신규당원들이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나무는 뿌리의 힘으로 겨울을 버텨냅니다. 오래 동안 당을 지켜온 분들이 뿌리처럼 든
낙엽이 떨어져야 새 잎이 돋고 꽃이 피는 법입니다. 저의 퇴진이 우리 당의 변화와 발전과 진보의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당을 잘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2016. 1. 27.
더불어민주당 당원 문재인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