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 이미 사실상 사문화된 지난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폐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15일에는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공식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남한도 자위적 핵무장을 해야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남북은 지난 1991년 12월 31일에 △핵무기의 시험·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배치)·사용 금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핵재처리·농축시설 보유금지 △핵통제공동위원회 구성 △상호 동시사찰 등을 규정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합의하며 핵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했다. 앞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남한 내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선언하며 합의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이후 한반도 비핵화는 핵을 가지기 위한 북한의 끊임없는 욕망과 이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불신, 한·미 정권교체에 따른 어지러운 대북노선 변경 속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당장 북한은 비핵화 선언 2년 뒤인 1993년 3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방침 등에 반발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가 탈퇴가 최종 확정되는 3개월 뒤 ‘유보’로 선회했다. 북한은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등과 관련해 2003년 미국 부시 행정부와 파열음을 내다가 최종적으로 국제 핵비확산 체제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해 8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시작되고 북핵문제에 대해 한반도 문제 당사국들이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대면서 해법을 찾는듯 했다. 특히 2005년 6자회담 당사국들이 합의한 9·19공동성명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하며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9·19공동성명 직후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예치된 북한자금에 대한 동결조치를 취하고 정세가 얼어붙으면서 결국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한반도 비핵화 선언 합의서를 쓰레기통에 내던졌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과 9·19공동성명에 입각한 몇 차례 합의을 내놨지만 뿌리깊은 상호불신 속에서 6자회담이 파탄났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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