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후보 공천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내분 사태가 후보 등록 마감일인 25일 절정으로 치달았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공천장 날인을 거부하는 '옥새 투쟁'에 친박(친박근혜)계가 '대표 권한 대행체제'로 맞서면서 총선 이후 전개될 당권 싸움의 전초전을 방불케 했습니다.
사태의 단초는 사실상 공천이 배제돼 탈당한 이재오(서울 은평을)·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의 지역구와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계)' 후보가 단수로 추천된 서울 송파을 및 대구 동갑·달성 등 5개 지역구입니다.
김 대표는 이들 지역구에 대한 공천심사가 상향식 원칙에 위배됐다고 판단, '무(無) 공천'을 주장하며 추인을 보류한 상태입니다. 다른 최고위원들이 추인을 촉구하자 그는 전날 지역구인 부산으로 떠났다가 원유철 원내대표의 설득으로 일단 이날 상경했습니다.
김 대표는 여전히 5개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 완고합니다.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에 공천안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고, 만에 하나 추인돼도 공천장에 대표 직인을 찍지 않을 태세입니다.
김 대표는 공천장에 필요한 새누리당 당인(黨印)과 당 대표 직인 중 "당인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대표) 직인은 내 의사 없이는 찍을 수 없다"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강조했습니다.
김 대표가 '당무 집행'을 이유로 하루 만에 상경한 것 역시 대표 권한 대행체제의 사유로 당헌·당규에 적시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라는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친박계는 김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고의적인 '공천 보이콧'으로 규정, 최고위 소집과 공천안 추인을 강행하는 것은 물론, 김 대표가 끝내 거부할 경우 대표 권한 대행체제로 밀어붙일 방침입니다.
친박계는 전날 만찬 회동에서 이런 계획을 세웠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최고위 의결을 거쳐 대표 직인을 새로 만들어 선관위에 등록하고 대표 권한을 대행하는 원 원내대표가 공천장에 날인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는 당규상 '사고·해외출장 등'에 준하는 당 대표 유고(有故) 상황이라는 논리에서입니다. 여권 일각에선 '권한 대행'이 아니라 당 대표의 직무 유기에 따른 '직무 대행'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친박계의 대표 직인 교체 가능성에 대비해 법률적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고위 의결 회의록을 제시하면 대표 직인 교체가 가능하다는 게 친박계의 시각입니다.
김 대표의 추인 보류로 무소속 출마도 하지 못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5개 지역구 후보들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헌법 위반 사안"이라며 김 대표를 비판했습니다.
다만 새누리당의 공천 내분 사태는 "일단 선거는 치러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고려해 이날 중 어떤 형태로든 봉합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선거를 채 20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파국은 피해야 한다는 공
김 대표와 친박계 사이에 절충점이 도출되지 않아 친박계가 최고위원들의 동반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이라는 '초강수'를 두기에는 위험 부담이 따르기도 합니다.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은 일단 총선 때까지 잠복했다가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와 책임론으로 이어지면서 차기 당권 쟁탈전 국면에서 다시 분출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