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에서 광주 전패의 위기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이 급기야 ‘삼성전자 광주 3조원 투자 유치’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의없이 민간기업의 투자 문제까지 공약으로 내세워 “표심 확보를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6일 국회에서 광주경제살리기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미래차 산업을 광주에 유치해 5년간 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더민주 광주 서구을 후보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가 공약한 ‘삼성전자 3조 투자 유치, 2만개 일자리 창출’공약을 중앙당 차원의 공약으로 승격시킨 것이다.
김 대표는 “광주는 기아차 공장에서 연간 62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 생산기반 최적합지”라면서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투자촉진을 위한 정부 보조금 확대, 민간투자유치를 위한 각종 세제지원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우리가 어렵고 힘들 때 광주시민들에게 도움만 요청했는데 정작 광주의 경제가 어려울 때 정치는 광주시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면서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더민주가 민간기업의 투자까지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그동안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던 광주 판세가 국민의당 쪽으로 기우는 기류 때문이다. 더민주가 광주에서 유일하게 우세지역으로 분류했던 광산을의 이용섭 후보마저 6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권은희 후보와 오차범위 내의 백중세를 나타내고 있다. 더민주로서는 광주 최후 저항선이 뚫리게 된 셈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더민주가 내놓은 최후의 카드가 바로 삼성전자 투자 유치다. 그러나 더민주가 삼성전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약을 발표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양향자 전 상무가 삼성측과 약간의 협의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삼성에서 광주에 백색가전을 보낼 때 지역 발전에 기여해서 결정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정신이 지금도 살아있다고 전제하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삼성전자측은 “검토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 재계에서도 반발이 나오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삼성은 이날 “각 정당의 공약사항에 대해 개별 기업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전장사업은 이제 사업성 여부를 모색하는 단계이며 구체적 추진방안과 투자계획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재계 관계자도 “더불어민주당이 말하는 경제민주화가 이런 것이라면 곤란하다”며 “글로벌기업의 투자를 정치권에서 결정한다고 하면 해외에서 과연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특정기업을 거론하면서 투자대상과 투자규모까지 선거공약에 넣어버린 발상 자체가 믿기 어렵다”며 “만약에 공약대로 투자를 안하면 나중에 해당기업에 보복을 하겠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니까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 아니겠냐”며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위한 정책이나 인센티브를 공약에 넣어야 하는데 앞뒤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라고 발끈했다.
광주에서 더민주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당도 “5공식 발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삼성전자 투자 유치’공약에 대해“정치가 시키면 기업이 무조건 따라갈 것으로 생각하는 5공식 발상”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국민의당 대변인도 “선거를 일주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급조된 선심성 공약”이라면서 “선거를 코앞에 두고 특정 정당이 특정 기업을 지목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광주시민의 수준을 낮게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주말을 앞두고 호남 방문을 추진하는 것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더민주 내부에서는 호남에서 판세를흔들기 위해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을 통한 정면돌파를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 남아있는 박빙 지역에서 마저 역효과를 일으켜 선거에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편 김종인 대표는 새누리당의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왜 IMF(사태를) 당한 줄 아느냐”면서 “ 1993년 새로 출범한 새누리당 전신인 민자당이 경제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지나치게 돈을 풀어 재벌들로 하여금 과잉부채, 과잉투자,
[송성훈 기자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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