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각 정당이 제시한 20대 총선 공약이 국가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기 보다는 ‘표만 쫓는’ 임기응변식 대응에만 매몰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매일경제가 한반도선진화재단과 공동으로 지난 7일 개최한 ‘20대 총선 정당 정책공약 총평’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내놓은 20대 총선 공약에 대해 ‘급조된 근시안적인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모두 한 쪽면만 보고 내놓은 공약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복잡하고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국정운영의 묘를 살리는 균형감 있는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주호 한반도 선진화재단 정책위원장은 “전체적으로 표를 얻기 위한 공약만 있지 국가를 개조하고 발전시키는 첫걸음으로서 제시된 공약은 전혀 없다” 고 질타했다.
새누리당의 ‘유턴기업 지원 공약’은 균형있는 접근에 실패한 대표적인 공약으로 꼽혔다. 이철 서강대 교수는 “대외 개방형 경제인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해외에 나가고 해외 기업을 국내에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유턴기업 지원은 국내에 복귀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책만 담고 있는데 해외 진출 기업이 현지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도 함께 고민해야 균형잡힌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도형 한반도선진화재단 기획홍보위원장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이 창조경제 아닌가”라면서 “지역별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었다면 이를 어떻게 보완 발전 시키고 이를 위한 입법을 고민하고 있는지 공약을 통해 밝혀야 하는데 전혀 이같은 내용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또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민관 공동 운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데 민간의 창조적 역할을 어떻게 확대할 지에 대해 새누리당에서 전혀 고민이 없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집권 후반기를 책임질 여당으로서 해야할 일을 방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 서강대 교수도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벤처 기업을 지원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렇다면 이들 기업의 자생력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복안이 없다”면서 “기업 지원책이 있으면 기업 자생력 강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균형감 있는 창조경제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포퓰리즘적 접근’만 주류를 이루고 야당으로서 국가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개혁적 접근’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주호 한선 정책위원장은 “더민주의 국공립대 등록금 인하 공약의 경우 국민들의 관심이 큰 중요한 사안”이라며 “그런데 국공립대의 문제를 등록금 문제에만 국한 시킨 것은 더민주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각 지역별 거점 국립대들은 각 지역의 창조경제 연구개발, 창업 등의 허브가 되야 하는데 이런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면서 “국립대의 지역 경제 선도 역할을 증대시키는 등 경쟁력 강화에 대한 고민이 없이 표만 구하는 등록금 인하 이슈만 제기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대 등록금 인하 공약은 국립대 개혁·발전 방안과 같이 고민될 때 균형이 잡힐 것”이라면서 “더민주는 공약 작성시 이런 균형을 맞추는 데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국민의당의 ‘공정성장’ 공약도 도마위에 올랐다. 이철 서강대 교수는 “중소기업의 육성과 지원,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은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제”라면서도 “현재 한국의 주력 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기업들이 개발도상국의 맹렬한 추격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는 점을 고려해 이 부분도 감안하는 공약이 같이 제시돼야 균형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더민주가 공동으로 제시한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한 임대주택 건설’ 공약이나 새누리당의 ‘한국형 양적완화’ 공약은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도형 한선 기획홍보위원장은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해 임대주택을 건설한다는 공약은 줄곧 비판받아왔지만 국민의당과 더민주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공공투자에 나섰다가 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꼼꼼히 점검은 해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에 대해 박재완 한선재단 이사장은 “산업구조조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아직 이 문제에 대한 우리사회의 생산적 논의가 많지 않은 만큼 좀 더 검토를 더 거친 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현실과 동떨어진 대증요법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재완 한선재단 이사장은 “한국이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 수준으로 올리면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서는 것”이라면서 “현재의 최저임금도 지키지 못하는 곳이 많은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과욕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지역 물가 수준, 업종별 상황에 맞게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정치적인 문제여서 고민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률적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고수하면 청년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청년층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의 ‘삼성 미래차
[이상덕 기자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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