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회동’으로 정상화의 물꼬가 트이나 싶던 새누리당이 하루도 안돼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이 ‘혁신형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단일성 지도체제’에 합의했다고 알려진 것에 대해 김 전 대표가 “합의한 적 없다”고 부인하고 나서면서다. 일각에선 “그동안 김 전 대표의 지지층까지 합의 내용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자 김 전 대표가 발을 뺀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3자 회동’을 통해 비대위 논란을 잠재우려던 정 원내대표는 또한번 “당내 의견수렴에 미숙하다”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자회동 합의사항이 알려진 뒤 12시간도 돼지 않아 소속 의원들은 계파를 떠나 강도높은 비판을 일제히 쏟아냈다. 비박계 하태경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계파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이렇게까지 거칠게 회동을 하고 공개한 것은 새누리당 혁신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양 계파의 수장이 합의해 사전 가이드라인을 주면 비상대책위원회 내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겠느냐”며 “명백한 월권”이라고 말했다. 단일성 지도체제에 대해서도 “비대위에서 논의해야 할 사항을 미리 가이드라인을 준 것처럼 하면 계파 보스들이 막후정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이 있어도 국민은 총선에서 참패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뽑은 꼭두각시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김 전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영우 의원도 “의견 청취는 좋다. 하지만 지금이 ‘삼김시대’도 아니고, 주요 당론과 혁신위원장 초빙을 두분이 만나서 합의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친박계 의원들도 3자회동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정우택 의원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단히 어이없는 행동들을 하고 있다”며 “정 원내대표가 도망가고 숨어있는 사람들과 만나서 향후 문제를 논의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갑윤 의원도 “비대위원장 외부 영입은 시간만 지체할 뿐”이라며 “정 원내대표는 첫 단추 잘못 끼우면 4년 내내 고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전 대표가 가장 먼저 번복 입장을 내놨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당 걱정을 같이 했을 뿐이다”고 합의설을 일축했다. 김 대표측은 “합의를 했다는 것은 정진석 원내대표측에서 잘못 표현한 것이다”며 “전직 당 대표로 합의할 권한조차 없으며 새누리당의 미래에 대한 조언을 해준 자리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실 관계자는 “합의라기보다는 ‘이렇게 되도록 노력하자’라는 뜻이었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속력에 대해 두 계파 수장이 발을 빼는 모양새가 되자, 주최자였던 정 원내대표도 티타임을 자청해 ”일모도원(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처럼 당의 문제를 빨리 수습하고 안정화를 이뤄야 하는 책임을 졌는데, 바람직한 해결책을 위해 만난 것“이라며 ”법적 구속력 갖는 취지의 합의는 있을 수 없고, ‘의견에 공감할 수 있다’ 정도로 이것은 팩트”라고 해명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혁신비대위원장 선임을 비롯한 당 수습 방안에 대해 내주 초 의원총회를 열어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을 수습하기보다 혼선에 빠뜨린 ‘3자 회동’이 김 전 대표와 최 의원의 입장에선 당에 컴백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하태경 의원도 “(3자회동은)총선 참패의 책임을 가장 크게 지고 백의종군해야 할 분들이 당 혼란을 빌미 삼아 컴백하는 계기로 악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회동 결과에 대해 여러 성토의 말이 나오기는 하지만, 반발하는 세력이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태”라며 “그래도 양대 계파의 수장으로 인식됐던 인물들이 ‘의견을 모았다’는 사실 만으로 어느정도 정리됐다고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권도전 의사를 밝힌 인사가 없는 여권에서 김 전 대표가 20대 국회 시작부터 스타트를 끊음으로써 선점효과를 누리는 전략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 이후 몸을 낮춰온 최 의원도 이번 회동을 계기로 결국 ‘당권’ 등판에 초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큰 틀의 합의 사항이 이행된다면 혁신형 비대위원장은 이번주 내에 인선 결과 발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인선 기준은 ‘당내 화합과 개혁을 이끌 수 있는 인사’로 3자
[김명환 기자 / 추동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