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정부 예산·결산 심사, 국회 상임위 주요 현안 보고 등 국회 주요 업무가 졸속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우려 속에서도 여야는 연휴가 시작된 지난 4일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고 서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야당의 꼼수로 협상이 결렬됐다”며 “협상 결렬로 국회법에 따른 6월 7일 원 구성도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향후 일정 협상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밝혔다. 더민주는 기동민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대화를 접고, 협상을 중단시킨 건 새누리당이다”며 “여당의 파트너는 청와대가 아니라 야당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국민의당 역시 이용호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혹시 (새누리당은) 여소야대의 국회가 열리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인가”라며 “새누리당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할리우드 액션’은 그만 쓰고 국민의당이 기다리고 있는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고 주장했다.
여야 협상이 더뎌지면서 20대 국회 원 구성 완료와 함께 시작될 국회 주요 업무가 ‘졸속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우선 ‘국가 예산 감시’라는 국회의 주요 업무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는 정기국회가 열리는 올해 9월 이전인 8월 말까지 상임위별로 소관 부처의 예산 결산을 심사해야 한다. 이후 예산결산특위(예결특위)와 본회의를 열어 심의·의결을 해야하는데 원구성 협상이 지연되면서 결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예결특위 전문위원실은 시간이 빠듯하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 달 말 정부가 제출한 ‘2015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대한 검토보고서 작성 작업에 착수했다. 원 구성이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예결특위 전문위원실이 나선 것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정부가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검토하는 결산 심사는 중요하지만 해마다 시간에 쫓겨 철저하게 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논의, 지하철 안전 대책 점검 등 국회 상임위별 현안 보고 일정 역시 늦춰질 전망이다. 여야가 입을 모아 민생과 안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원 구성 협상 지연으로 ‘일 안하는 국회’라는 비난을 자초하는 셈이다.
2012년 시작된 19대 국회의 경우 여야 협상이 진통을 빚으면서 그해 7월 2일 국회의장을 선출했다. 이로 인해 19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첫 번째 업무보고를 그해 7월 24일에서야 받을 수 있었고, 결산심사 역시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비난을 받았다.
18대 국회는 2008년 7월 10일에 국회의장 선출을 마무리지으면서 그해 9월
오는 8월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 역시 졸속 논란을 부채질하는 부분이다. 국회 현안보다는 당내 현안을 더욱 챙길 수밖에 없는만큼 법안 심사, 결산 심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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