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돈을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해온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법정에서 자신이 홍 지사에게 직접 돈을 전달했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27일 열린 홍 지사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씨는 당시 국회 의원회관의 홍 지사 방을 찾아가 1억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한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진술했습니다.
윤씨는 "홍 대표가 소파 상석에 앉아 있었고, 그 오른쪽 전방에 내가 앉았다"며 "쇼핑백은 홍 대표 발아래로 내밀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후 홍 대표가 나경범(경남도 서울본부장) 보좌관을 불러 쇼핑백을 챙겨가라고 했다는 게 윤씨의 증언입니다.
윤씨는 이 대목에 대해 "홍 대표가 어떤 돈을 받든 간에 혼자 '인 마이 포켓' 할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그런 일을 떳떳이 공개적으로 처리한다는 걸 보여주려는 취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는 이어 "홍 대표 방을 나올 때 바로 앞에 나 보좌관의 책상이 보였다"며 "책상 아래쪽에 방금 가져간 쇼핑백을 아무렇지 않게 쓰러뜨려 놓은 걸 보고 '돈에 관해선 열린 마음으로 운영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에 도착해 의원실까지 올라간 과정에 대해선 "부인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했다가 혼자 내려 당시 의원회관 지하 1층 출입구를 통해 면회실을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홍 지사 측은 윤씨의 증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설명한 방 구조가 실제와 다르고, 당시엔 의원회관에서 신관 공사 중이라 지하 1층 출입구가 폐쇄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윤씨는 '배달 사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남의 돈은 남의 돈"이라며 "1억이라도 그림의 떡"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윤씨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터진 뒤 홍지사 측 인물들이 자신을 회유했다는 진술도 내놓았습니다.
홍 지사 측근으로 알려진 모 대학 총장 엄모씨가 전화해 "홍 지사 부분은 뺄 수 없겠느냐, 나 보좌관이 받은 것으로 해주면 안되겠느냐"는 취지로 회유했다는 것입니다. 윤씨는 엄씨가 홍 지사 쪽 연락을 받고 자신에게 전화한 것으로 들었
윤씨는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자신을 만나 "나 보좌관이 책임지기로 얘기가 됐으니 나 보좌관에게 준 것으로 할 수 없겠느냐"는 취지로 회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씨는 엄씨와의 통화 및 김 전 비서관과의 대화를 녹음·녹취해 검찰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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