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박근혜)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이 이르면 13일 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비박계가 물밑에서 후보 단일화에 속도를 내면서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친박계는 서 의원이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교통정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범친박으로 꼽히는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불출마를 선언한데 이어 핵심 친박 중 한 명인 홍문종 의원도 12일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나와 “서 의원이 결정하고 나서 (전대 출마를) 결정할 것”이라며 사실상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친박계 좌장격인 최경환 의원이 일찌감치 당권에 뜻을 접고 초·재선 중심으로 서 의원의 출마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홍 의원이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또 홍 의원이 서 의원과 같은 경기도를 지역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비박계와 표 대결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 의원은 이날도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가까운 주요 인사들의 의견을 구하며 최종 입장 정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 관계자는 “전당대회는 다음달 9일 열리지만 지역에서 일요일인 7일에 투표가 이뤄지기 때문에 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하면 승산이 있다”며 “최근 친박 성향의 당협위원장이 늘어난 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냈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마무리를 위해 당의 모든 것을 제대로 뒷받침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박계가) 당선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단일화가 돼야 한다. 안되면 당선 안되는 거지”라고 말했다. 친박계가 서 의원으로 후보단일화에 나서는 기류가 강하게 포착되면서 김 전 대표가 정병국 김용태 의원 등 비박계 후보들에게 단일화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8일 정병국·나경원 등 비박계 당 대표 후보들은 단일화 논의에 첫 발을 뗏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합의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비박계 단일 후보를 적극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지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년 대선을 겨냥하고 있는 김 전 대표가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해 대선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룰을 좌우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오는 14일 1000여명의 지지자들을 초청해 여는 만찬 자리가 대선을 앞두고 세 과시 모임이 아니냐는 시선을 의식한 듯 김 전 대표는 현역 의원들의 참석을 정중히 거절했다.
이날 오후 김 전 대표는 자신의 의원실에서 정 의원과 20여분간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정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도와달라고 했어요. 오늘 만난 건 (비박계 단일화) 문제 때문은 아니고 그동안 저희들이 해왔던 일들이 있고 상도동 관련해 드릴 말씀도 있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의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국민신뢰를 다시 얻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공감하고 있고 이심전심이다”며 사실상 후보 단일화 논의에 공감대를 형성했음을 시사했다.
비박계 또다른 후보인 김 의원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논의한 것은 아니고 그래서 (김 의원이)독자적으로 움직임을 보인 것”이라며 “그 뒤 ‘뜻이 같으면 함께 가야 하는게 아니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측 관계자도 “기탁금 아끼려고 일찍이 후보단일화 하면 효과도 없어 후보등록 전 단일화는 안된다”면서도 “일단 각자 뛴 다음에 여론조사를 통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박계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청원 대항마’로 부상했던 나경원 의원은 비박계 단일화 논의를 통해 불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출마를 고심 중인 서 의원에 대해 “4·13 총선 패배후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했을 때 서 의원이 계셨고 계파청산에 대한 답을 해야 나올 수 있다. 되돌아보면 나오실 수 있을까 싶고 나오
유승민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나와 “대통령의 레임덕에 매달리는 그런 전대가 돼서는 안된다”면서 “‘새누리당이 앞으로 이렇게 변할 것이다’라는 것 보여주는 전대가 돼야 한다”며 친박계 후보의 출마를 비판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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