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가 15일 경북 성주를 찾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와 관련해 사전에 정부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사드 배치에 반발한 일부 성주 군민들은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황 총리를 향해 물병과 계란을 던지며 거세게 항의했다.
황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께 한민구 국방부 장관,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 등 일행들과 함께 사드 배치 지역을 둘러본 후 주민설명회를 갖기 위해 성주군청을 방문했다. 성주군청 앞에는 황 총리 방문에 맞춰 주민 3000여명이 모여 규탄 집회를 열고 있었다.
황 총리가 탄 버스가 성주군청 입구에 도착하자 주민들의 야유와 욕설이 쏟아졌다. 버스에서 내린 황 총리가 군청 현관 앞에서 서서 사과하는 말을 꺼내자 마자 일부 주민들은 “개XX야”라는 욕설과 함께 계란과 물병 등을 황 총리에게 던지며 거세게 항의했다. 주변에 있던 경호원들이 우산 등을 펼치며 막아섰지만 황 총리는 계란 2개를 몸에 맞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 총리는 “여러분들에게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하루가 멀다하고 핵 도발을 하고 있다”며 “국가의 안위가 어렵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국가로서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말씀드리면서 다시 한 번 충분하게 말씀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주민들께서 많은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는 주민 여러분들이 지금까지와 같이 아무런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또 “무엇보다 이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생각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안전과 인체의 확실한 보장, 농작물 등의 안전에 이르기까지 충분하게 검토를 하면서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황 총리는 “어제 국방과학연구소가 사드 레이더와 아주 비슷한 그린파인 레이더에 대해서 전자파 강도를 검사한 결과가 나왔다”며 “그 결과 우리 인체의 보호 기준보다는 훨씬 낮은 평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정부는 안전과 관련해서 열 번 백 번 점검하고 살펴서 위험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드 레이더를 설치하는 장소에 관해서도 여러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되 안전이 최우선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조금이라도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사드 배치를) 할 수가 없다. 하지 않겠다. 안전에 우려되는 일을 할 수가 없다”며 “정부가 생각하는 사드를 안전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황 총리는 셔츠와 양복 상·하의에 계란이 묻은 상태로 계속 연설을 이어갔다. 일부 주민은 총리 일행에게 뛰어들려다가 경호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주민들은 항의가 계속되자 황 총리는 연설을 중단한 채 한동안 군청사 안으로 대피해야만 했다. 이후 황 총리 일행은 오전 11시 40분께 다른 건물 출입문으로 빠져나온 뒤 버스에 올라탔지만 주민들은 앞뒤로 버스를 가로막은 채 물병을 던지는 등 거친 항의를 이어갔
이날 성주군 일부 주민들은 자녀들의 등교까지 거부하며 자녀들과 함께 항의 시위에 가담하기도 했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성주군 지역 학교 가운데 등교를 거부한 곳은 초등 3곳, 중학 2곳, 고등 2곳 등으로 학생 수는 40여명으로 파악됐다.
[안두원 기자 / 성주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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