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와 개각·특별사면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심도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보다 박 대통령 국정철학을 잘 알고 있는 이 대표가 새누리당 사령탑에 오르면서 당청 관계가 본격적인 ‘소통’ 모드로 급전환하는 분위기다.
다소 늦은 감은 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세번째 당 대표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박 대통령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당청 구도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임기 1년6개월만을 남겨둔 박 대통령은 연내 노동·교육 등 4대개혁 완수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하루하루가 금쪽 같을 수밖에 없는 청와대가 ‘이정현호’ 출범을 진심으로 반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청와대 한 참모는 10일 “박 대통령이 이 대표 등 신임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나 개각이나 광복절 특사 같은 매우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구할 방침”이라며 “이를 시작으로 당청이 마음을 열고 적극 소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전 황우여·김무성 대표 시절에도 당과 청와대가 개각 등 인사 문제를 놓고 간간이 협의를 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매우 제한적인 부분에서 의견을 주고 받는 수준이었다”며 “당 지도부로부터 인사·특사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과 신임 지도부간 첫 소통은 11일 청와대 오찬으로 시작된다.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하러 새누리당을 찾은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정현 대표에게 축하인사를 하면서 오찬 일정을 확정했다. 이 자리에서 김 수석은 “이 대표님이 당선된 건 잠자는 호랑이 아가리를 벌리고 생이빨 두개를 뽑아오는 것보다 더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축하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에 맞서는게 마치 정의고 그게 다인 것처럼 인식한다면 여당 소속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 자리를 빌어 이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에게 ‘인재 추천’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언이다. 당쪽에선 정치인 출신 인사들의 장관 기용을 추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전 의원과 홍문종 의원, 서상기 전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특사와 관련해서도 새 지도부는 재계 오너 등 경제인 사면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권 한 인사는 귀뜸했다. 이정현 대표는 당 대표 후보 시절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경제가 많이 어려운데, 사면의 원칙과 기준에 맞는 경제인들이라면 최대한 은전(恩典.나라에서 은혜를 베푸는 것)을 줘서 경제 발전에 기여하도록 했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의 건의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특사 포함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사면심사위 보고서는 그야말로 건의에 불과하다”며 “최종 결정권자인 박 대통령이 10~11일 이틀간 숙고하면서 최종 명단을 확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동 다음날인 12일, 박 대통령은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광복절 특사명단을 최종 확정·발표할 예정이며 이후 조만간 일부 부처 장관에 대한 인사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개각과 특사뿐 아니다. 박 대통령과 ‘이정현호’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논란과 4대 개혁 완수를 위한 국회와의 공조 방안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저녁 이정현 후보가 신임 대표로 선출된 직후 전화통화를 하고 무엇보다 정책공조에 우선순위를 두고 협력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이 대표 당선과 그간의 노고를 축하·격려하고 당의 변화와 혁신을 잘 이끌어 달라고 이 대표에게 당부했을 것”이라며 “올해 남은 기간은 무엇보다 현정부 최대 정책 과제인 4대 개혁의 완수가 매우 중요한 만큼, 정책공조에 우선순위를 두고 협력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함께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10일 오전 국립현충원을 찾은 이정현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차기 대선 관리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가와 국민, 민생, 경제, 안보 등 시급한 국정현안을 챙기는게 시급하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교감에서 비롯된 것이란 설명이다.
청와대 한 참모도 “물론 여소야대 지형에서 어려움이 많겠지만 어쨌든 이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당의 뒷받침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당이 혁신에 성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면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도 한결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 회동에서 처가와 넥슨간 부동산 거래로 논란에 휩싸였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문제가 논의될지는 불투명하다. 우 수석에 대한 박 대통령 신임이 여전한데다 현재 우 수석에 대한 특별감찰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우 수석 논란과 관련해 이 대표는 “모든 판단 기준은 국민이 최우선”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당 대표 후보 시절 ‘우 수석 사퇴’에 무게를 둔 발언을 해왔던 만큼, 어떻게든 이런 생각을 청와대에 전달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이 대표는 새 지도부 선출후 처음으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을 강조했다. 이날 새누리당은 회의장 벽면에 ‘희망의 나무’를 설치해 신임 지도부의 각오를 적으며 회의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섬김의 리더십’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새누리당은 이날 회의에
[남기현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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