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추미애 신임 당대표가 지도부와 함께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당 대표에 오른 추미애 의원은 스스로를 ‘추다르크’ 또는 ‘세탁소집 둘째 딸’로 표현한다.
추 대표에게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안겨준 곳은 그의 고향인 대구다. 1995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한 추 대표는 1997년 대선에서 김 전 대통령 유세단장을 맡아 곳곳을 돌아다녔다.
당시 추 대표는 ‘야권 불모지인 대구에서 활약이 뛰어났다’는 당내 평가를 받았다. TK(대구·경북) 지역의 강력한 반호남 정서 탓에 주위의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추 대표는 꿋꿋한 유세활동을 펼쳤고, 당시 유세단에 ‘잔다르크 유세단’이라는 별명이 붙으면서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여기에 호남인 전북 정읍 출신 남편과 결혼한 덕분에 추 대표는 ‘대구의 딸이자 호남의 며느리’로 불리기도 한다.
새누리당에 한국 보수정당 최초로 호남 출신인 이정현 대표가 취임하고 더민주에서도 최초로 TK 출신으로는 추 대표가 처음으로 당권을 차지하면서 그동안 강력했던 영남·호남 지역구도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기대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더민주가 TK 출신인 추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는 점이 2017년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제1야당’ 더민주의 그동안 지역적 지지 기반은 호남이지만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이번에도 영남 출신 정치인이 당권을 잡은만큼 호남의 박탈감이 대선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더민주 관계자는 “사실 눈에 띄는 호남 출신 대선후보도 없는 상황에서 당대표도 영남에 넘겨준만큼 호남 민심을 복원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27일 당대표 수락 연설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대중경제론을 들고 국민 속으로 뛰어들어 민주정부 10년을 열었다”며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한 추 대표는 “흩어진 지지자들을 강력한 통합으로 한데 묶어서 기필코 이기는 정당, 승리하는 정당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날 전당대회 승리로 추 대표는 ‘한국 야당 대표사’를 다시 쓰는 동시에 ‘여성 당수 계보’도 새롭게 쓰는데 성공했다.
한국 ‘제1야당’ 역사에서 TK 출신 여성 당대표가 탄생한 것은 추 대표가 처음이다. 새천년민주당 시절인 2000년 경북 울진 출신 김중권 대표가 있었지만 총재인 고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경우여서 ‘선출 당대표’는 아니었다.
동시에 추 대표는 2012년 민주통합당(더민주 전신) 대표를 지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이어 4년 만에 ‘더민주 여성 지도자’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정치는 고 박순천 여사가 1963년 민주당, 1964년 통합야당인 민중당 총재를 역임하며 헌정 사상 첫 여성 당대표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박근혜 대통령(2004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등의 여성 당대표를 배출해냈다.
여기에 추 대표는 자신에게 ‘주홍글씨’로 낙인찍혔던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의 논란을 깔끔하게 털어내는데 성공했다. 지난 해 문재인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 전신)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을 맡아 문 전 대표를 적극 도운 점과 ‘더민주 정체성과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은 김종인 전 더민주 비대위 대표에 대해 날을 세우며 ‘야당 정체성’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이 친노·친문 세력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1958년 출생인 추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여의도에 ‘1958년 개띠 동갑 전성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추 대표 모두 1958년 출생 ‘개띠 동갑’이다. 여권 중 1958
야권에서는 더민주 잠룡으로 꼽히는 김부겸 의원과 민주정책연구원장을 지낸 민병두 의원,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등이 1958년 생이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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