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국무총리·동반성장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매일경제와 한국경영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제2회 포용적 성장 포럼’에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반성장(포용적 성장)이 필수적이라며 “우리사회가 다 같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낙수효과와 분수효과의 선순환적 결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정운찬 이사장의 발제 연설 전문.
곽수일 선생님께서 전화하셔서 지용희 선생님께서 하시는 포용적 성장포럼에 한번 와서 오라고 얘기하셔서 이 자리에 오게됐다. 저는 동반성장 전도사를 자임하면서 불러주는 곳은 어디든지 간다. 그런데 저는 동반성장을 얘기하는데 주제가 포용적 성장이어서 당황하기도 했다.
저는 요즘 쓰이는 경제민주화나 공정성장이라는 단어보다 동반성장을 쓰자는 얘기를 한적이 있다. 이것에 대해서 포용적 성장을 쓰자는 대안도 있다. OECD의 정의에 따르면 포용적 성장이란 경제성장에 대한 기회가 각계각층에 주어지는 것을 말한다. 즉, 사회전체에 분배되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쓰이기 시작했으나 금융위기 거치면서 확산됐다. 영어 inclusive 라는 단어를 번역할때 포용은 일방적인 느낌이 드는데 동반성장으로 번역해서 쓰면 어떨까한다.
과거에 동반성장이라는 아이디어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2010년부터 사회 화두가 됐다. 동반성장위원회를 영어로 win-win growth commission 라고 쓰는데 저는 이를 shared growth 라고 쓰기도 했다.
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해서 다같이 잘 살자는 아이디어다. 있는 사람 것을 빼앗아서 없는 사람한테 주자는 것은 오해다. 동반성장하자면 부자도 아닌 사람들이 부르르 떤다. 동반성장은 경제 파이를 크게 하고 분배를 공정하게 하자는 취지다.
동반성장이 추구하는 것은 과거 한국 경제의 GDP가 100이고, 부자들에게 50, 가난한 이들에게 50씩 분배되었다면 GDP를 110으로 먼저 늘리고, 분배는 55:55 대신, 숫자는 훨씬 많은데 생활수준은 부자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이들을 배려하여 54대 56 또는 53대 57 등으로 조정하여 점진적으로 다 같이 잘살게 되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만을 취급했는데 동반성장연구소는 그 외에도 도농간 수도권비수도권간 남녀간 남북간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개성공단도 남북한 동반성장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동반성장이 안되는 이유는 사회적 인식에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일할 때 중견기업인이 찾아와 한국에서 이민가겠다는 얘기를 했다. 그것이 2010년 5월이다. 30년간 대기업과 거래해왔는데 왜 지금와서 그러냐고 물어봤다. 그 사람 말이 불공정거래 같은 것들이 그 전에도 있었지만 그전에는 참을만했지만 이제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IMF이후 지난 12년동안 너무 시달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이민 다녀오십시오 했다.
총리실 직원들에게 사례를 얘기하면서 왜 97 98 전에는 참을만했나 했더니 물어봤다. 직원들은 당시에는 IMF 구제금융을 받아서 ‘빨리 갚아야 한다’ ‘외환이 필요하다’ ‘외환은 수출에서 온다’ ‘수출을 하려면 물건이 좋거나 값이 싸야한다’는 식으로 가격경쟁의 필요성을 느꼈고 원가 절감 필요했었기 때문인데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에 결국 만만한 중소업체 납품가를 후려치는게 방법이 됐다고 보고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을 찾아가서 대통령이 ‘저도 서민출신이니 같이 일합시다’ 이래서 정부에 들어간 것 아닌가라고 말하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양극화는 심해지고 경제성장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가 약해지고 사회가 파탄에 갈 것이 두렵다고 했다. 그랬더니 9월30일 청와대 회의에서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당시 대통령 직속위원회로 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대통령은 직속위원회가 단기에는 좋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중소기업간 자율적인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해서 이를 받아들였다. 또, 위원장을 맡으라고 해서 위원장을 맡게 됐다.
동반성장위원회 첫날에 대기업 9명+중소기업9명+공익6명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시작하고 10분도 안돼서 대기업대표가 법적 근거가 있냐고 물어봤다. 법률지식이 없기 때문에 당황했다. 사무총장에게 법적근거 있냐고 물어보니 없었다. 법전에 나와야 근거가 있기때문이다. 그래서 지경위 상생협력법에 동반성장지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가 공동으로 만든다는 조항을 넣었고 그때 법적근거가 생겼다.
초과이익공유제도를 도입하려고 할때는 한 대기업 회장님께서 사회주의용어인지 자본주의용어인지 알 수 없다는 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는 영화에서 나온 것이다. 영화 명량에서 보면 주연배우가 영화 성적에 따라 돈을 받는 러닝개런티를 했었는데 이와 비슷한 것이다. 롤스로이스 크라이슬러 캐리어 같은 회사에서도 실시한 적이 있다.
첫 발족이 되고 청와대에서 모임도 했다. 당시 대통령께 지금 인력과 예산으로는 동반성장을 못한다고 했는데 결국 묵묵부답이어서 서운한 적이 있다. 또,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에 대해서도 그 당시 장관이 ‘된다고 보기 힘들다’라고 얘기한 적도 있다. 잘 아는 사람이라 더 서운했다. 그래도 저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지식경제부의 하청기관이 아니다라고 응수해 신문에도 크게 난적이 있다. 이런 일련의 것들에 대해서 당시 유명한 정치지도자는 나를 급진좌파로 몰아버렸다. 재계와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정부 구매시 중소기업 위주로 하는 제도도 도입하고 적합업종 선정까지 다 했고 초과이익공유제만 통과시키면 그만두려고 했다. 하지만 2011년 12월13일 이를 회의때 대기업대표가 아무도 안왔다. 전경련에서 가지 말라고 한 것이다. 너무 당황을 해서 경제단체 대표자 F 에게 보내달라고 했더니 다음해 1월17일에도 9명 전원이 또 안 왔다. 언론사에도 이것 좀 보도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전경련에서 내용은 좋은데 단어가 안 좋다고 해서 결국 협력이익배분제로 이름을 바꾸고 통과가 됐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은 대기업 협조는 안 하지만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정부 공기업 중소기업 구매는 20억 미만은 중소기업으로부터 직접 구매하도록 되어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통과했지만 실천하는 기업은 별로 없다.
왜 동반성장이 잘 안되나. 큰 사람들은 하기 싫은 것이다. 또한 정부는 협조를 잘 하지 않는다. 한 정부 관계자에게 나에게 “대강대강 할 줄 알았는데 너무 열심히 해서 정부가 서포트하기 힘들었다”는 얘기도 했다. 중소기업도 앞장서야 하는데 중소기업들도 자기 거래 대기업이 있으니 앞장서라고 말하기 어렵다. 생사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나 다른 이익단체도 큰소리 내줬으면 좋겠지만 아무도 안 했다. 동반성장위원회에 중기중앙회에서 1억4000만원을 내기로 했는데 내가 그만둘 때까지 결국 내지 않았다.
최근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없어질뻔 하기도 했다. 전경련에서 만든 협력자금을 20억씩 주기로 되어있었는데 전경련서 더 못 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3년간 20억씩을 주는 것으로 결정됐다. 동반성장위원회 예산이 50억정도로 20억이 전경련에서 나오고 나머지는 산자부. 중기청에서 나오는데 중기중앙회는 1억도 안낸다. 중기인들에게 여러분이 목소리를 내야지 저혼자 해서 되겠습니까라고 얘기했지만 1차 협력업체는 대기업 친척이나 임원 출신이 주인인 곳이 많아 별로 불만이 없다.
언론도 별 도움이 안 되었다. 초기에는 우호적이었지만 대기업 광고에 민감해 도와주지 않았고 사사껀껀 몰아부치는 곳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만둘 마음이 없어졌다. 대통령을 찾아서 예산과 인력을 2배로 늘려달라고 했으나 묵묵부답이어서 그만두라는 말인 것 같아서 그만두게 됐다.
개인적인 얘기인데 저를 길러주신 스코필드 박사의 도움으로 대학에 들어갈 때 였는데 스코필드박사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1차가 끝나서 성장은 되는데 빈부격차가 심하다고 했다. 한국의 부자들은 어떻게 이리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지 답답하다. 너는 소득격차건 빈부격차든 이를 줄이는 방안을 공부하고 그걸 위해 일생을 살아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대학에서 만난 조순 선생님께서도 이런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재벌에 대한 비판, 사회비판도 했으나 묵묵부답이라고해서 그만둔 것은 책임 회피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반성장연구소를 만들어서 월례포럼도 하고 특강도하고 어떤 지자체와 협력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간 동반성장에 대한 분석도 하기도 했고 어떤 기업체 도움을 받아서 자본주의정신과 동반성장 연구도 했다.
동반성장이 왜 안되나. 지난 4.13 총선 이후 정당들이 모두 불평등을 강조하면서 동반성장 포용성장 경제민주화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사회불평등이 심각하게 대두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위원회와 동반성장연구소가 노력한 결과 아니겠는가라는 생각도 해본다.
요즘 전국을 돌아다녀보면 ‘동반성장이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한국경제 살려면 해야한다고 하던데 진짜인가’ 이렇게 얘기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내 고향에 가면 초등학교 동창들이 있는데 “운찬이 동반성장 안하면 한국경제 망한다던데?” 이렇게 고향친구들이 얘기한다.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경제가 잘 안되는 것은 투자부족, 설비투자부족 때문이다. 이것이 어디서 온것이냐면 기업에서 온 것이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투자를 안함는데 대기업은 돈은 많은데 투자대상이 마땅하지 않다. 대기업 투자대상은 첨단 핵심 기술이고 이는 연구개발(R&D)에서 나온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개발(D)이고 연구(R)는 없다. 호자는 R이 개선(refinement) 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있다.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려면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D 에서 R로 방향전환을 해야한다. 중소기업은 투자할 데 많지만 돈이 없다. 6-70년대라면 세금 걷어서 주겠지만 지금은 조세저항도 심하고 유망산업이 어딘지도 잘 모른다.
남북 동반성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성공단 폐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마디만 말씀드리자면 동반성장은 남북통일의 필요조건이다. 남쪽의 동반성장이 되어야 북한주민들이 설득될 수 있다. 남한주민들도 어릴 때는 무조건 통일통일했지만 이제는 통일비용을 생각한다. 경제격차가 줄어들어야 통일비용이 줄어들 것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