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조 회장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한진해운식 기업 운영 방식은 결코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진해운 운영을 책임진 조 회장 등 그룹 대주주와 경영진을 정면으로 겨눴다. 박 대통령이 공개 회의석상에서 특정 그룹 대주주를 지목해 강도높게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언급은 한진해운을 포함한 구조조정 대상기업들의 자구노력이 부족한 경우 정부가 국민혈세를 동원해 해당 기업 구조조정을 돕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사태와 관련해 향후 경영진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임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더욱 긴박해진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과 지진 대책, 산업 구조조정 등 경제 현안, 추석 연휴 민생 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회의 모두발언에서 박 대통령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올바로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경영에 권한과 책임이 있는 주체가 먼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고 실질개선을 추구하는 경우에만 채권 금융기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채권단도 함께 부실화돼서 우리 경제와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뿐만 아니라 결국 그 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소중한 세금을 쏟아붓게 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한진해운의 경우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이 매우 미흡해서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채권 금융기관의 자금지원이 중단되고 이달초 법원의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됐다”며 “해운이 마비되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도와줄 수 밖에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이번에 국내 수출입 기업들에게 큰 타격을 줬다”고 한진그룹 경영진을 직접 겨냥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기업이 회생 절차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식의 기업 운영 방식은 결코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은 뒤 “이번 일(한진해운 물류대란)을 계기로 한 기업의 무책임함과 도덕적 해이가 경제 전반에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물류사태 해결 방안과 관련해 “다행히 지난 주말부터 미국 서안에 하역이 재개되고 주요 노선에서 대체선박 운항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우선 한진해운 선박에 실려 있는 화물이 조속히 하역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한진해운 선박에 화물이 묶여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수출 화주들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 방안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구조조정 업종의 협력 업체와 지역경제에 온기가 돌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의 집행·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 분야에 최대한 빨리 자금을 집행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박 대통령은 “한진해운에 운송을 맡긴 일부 국내 수출기업들과 국내외 화주들, 한진해운 직원들과 항만 업무 종사자들, 바다 한가운데서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 선원 분들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이렇게 구조조정의 고통은 크지만 우리 경제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정인 만큼 기업과 국민 모두의 동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 대통령은 엄중한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해서도 발언을 빼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북한 핵 위협이 긴박하게 다가오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도 이전보다 더욱 실효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북한이 우리 영토를 향해 핵을 탑재한 미사일을 한 발이라도 발사하면 그 순간 북한 정권을 끝장내겠다는 각오로 고도의 응징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와 함께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책도 더욱 신속하게 추진하자”고 독려했다. 박 대통령은 또 “우리 내부가 분열돼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한다면 어떠한 방어체계도 무의미하다”며 거듭 국론결집을 당부했다.
전날 저녁 경주에서 발생한 대형 지진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지진에 있어서 비교적 안전지대라는 기존 인식에 대해 경각심을 주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지진을 거울삼아 원자력발전소, 방폐장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지진 방재 대책을 전면 재점검함으로써 앞으로 혹시 발생할지 모를 더 큰 규모의 지진에도 철저히
박 대통령은 14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 기간중 교통 및 시설안전 점검, 응급비상진료체계, 결식아동과 노숙인 등 취약계층 지원, 식중독·콜레라 등 감염병 관리, 임금체불 기업 단속 등 명절 민생대책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특별히 강조했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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